중국 정치에서 주요한 변수 중 하나는 전직 지도자들의 의중이다. 집단지도체제라는 형식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공산당의 영도력을 인정하고 군부의 입김이 큰 중국 정치체제의 특성이 반영된 측면이 크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마오쩌둥(毛澤東) 이후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졌다고 평가받지만 그 역시 공산당 내부와 중앙ㆍ지방정부의 인사를 모두 좌지우지할 수는 없다. 과거 장쩌민(江澤民)ㆍ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이 각각 전임자인 덩샤오핑(鄧小平)과 장쩌민의 눈치를 보던 것에 비하면 덜하지만 내년 집권 2기 체제 출범을 앞두고 차기 권력지도를 짜려는 시 주석에게도 장쩌민ㆍ후진타오 두 전직 주석의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시 주석은 두 전직 주석에 대해 분리대응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듯하다. 특히 정치권 내부는 물론 대중적 영향력도 여전한 장 전 주석과 맞서기 위해 후 전 주석과는 ‘전략적 제휴’를 했다는 평이 나온다. 여기엔 후 전 주석이 2006년 자신의 2기 체제 출범 직전 장 전 주석의 정치적 기반인 상하이방의 거물 천량위(陳良宇) 상하이 서기를 부패혐의로 실각시키면서 두 사람 간 사이가 회복되지 않은 점을 시 주석이 활용하는 측면도 있다.
실제 시 주석은 집권 이후 장 전 주석의 후원 속에 자신과 경쟁했던 보시라이(薄熙來) 전 충칭 서기와 함께 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을 비롯한 군부 내 ‘장쩌민 인맥’을 사실상 궤멸시켰다. 지난 8월에도 장 전 주석이 발탁했던 랴오시룽(廖錫龍) 전 중앙군사위원 겸 인민해방군 총후근부장이 낙마했을 정도다.
최근 시 주석이 군부 원로인 류화칭(劉華淸) 탄생 100주년 행사에 직접 참석한 것을 두고도 장 전 주석을 향한 경고라는 해석이 나왔다. 덩샤오핑이 생전에 장쩌민의 후계자로 후진타오를 지명하자 장쩌민이 이에 반발해 자신의 측근으로 교체하려 했을 때 이를 제지한 인물이 바로 류화칭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시 주석과 후 전 주석 사이에는 화해모드가 역력하다. 후 전 주석의 비서실장을 지낸 링지화(令計劃) 전 통일전선부장이 부패 혐의로 낙마한 뒤 양측 간 갈등설이 불거졌고, 올해 들어 시 주석이 후 전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권력기반인 공산주의청년단을 압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29일 시 주석은 후 전 주석의 지도사상을 모은 ‘후진타오 문선(文選) 보고회’에 직접 참석해 그의 과학발전관을 모든 당원이 학습해야 할 주요 지도사상이라고 치켜세웠다. 실제 차기 지도부에 근접한 인사들에 후춘화(胡春華) 광둥성 서기 등 후 전 주석의 측근들은 일부 포함돼 있지만, 장 전 주석과 가까운 것으로 평가받는 인물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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