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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성 기자

등록 : 2017.12.07 16:38
수정 : 2017.12.07 16:42

미국 대북 공격 임박? 의회 승인 없는 개전 없었다

세종연구소 과거 사례 분석

등록 : 2017.12.07 16:38
수정 : 2017.12.07 16:42

“독단 책임ㆍ확전 가능성 의식한 트럼프

전쟁 결심하면 의회ㆍ국민 설득 나설 듯

일방적 美군사행동 예측 기준 활용 가능

美행정부 外 의회 대상 로비도 강화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가진 공화당 상원의원들과의 오찬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베트남전과 걸프전, 아프가니스탄전, 이라크전 등 미국이 벌인 과거 주요 전쟁들 모두 개전(開戰) 전 의회의 사전 승인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 발사 이후 미국에 의한 전쟁 가능성이 부쩍 자주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설령 미국이 대북 군사행동을 선택하더라도 이번 역시 의회 승인을 추진하리라는 관측이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대북 군사행동 반대 원칙을 불편해하는 미국이 군사행동 직전에서야 한국에 통보하거나 아예 통보 없이 독자적 군사행동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의회 승인 준비가 진행되는지 여부로 미국 군사행동을 예측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7일 세종연구소 보고서 ‘미국 군사행동 결정: 제도적 제약과 역사적 사례”에 따르면 과거 미국이 수행한 대규모 전쟁들은 한결같이 의회의 사전 승인이 필수적이었다. 2001년 9ㆍ11 테러로 촉발된 아프간전의 경우 테러 직후인 그 해 9월 14일 미 연방의회가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에게 아프간 침공과 관련한 모든 권한을 위임하는 대테러전쟁 법안을 통과시켰다. 상원(찬성 98, 반대 0, 기권 2)과 하원(찬성 420, 반대 1, 기권 10) 모두 투표 결과가 압도적이었다. 이 법안을 근거로 같은 해 10월 7일 미군은 아프간을 공격했다.

2003년 제2차 이라크전은 2002년 10월 16일 미 연방의회가 의결한 대이라크전쟁 법안에 기초한 전쟁이었다. 하지만 아프간전만큼 의회의 전폭적 지지를 얻진 못했다. 상원 투표 결과 찬성 77, 반대 23, 기권 0이었고 하원은 찬성 297, 반대 133, 기권 3이었다. 보고서는 당시 9ㆍ11 테러를 저지른 과격 이슬람 단체 알 카에다와 이라크 간의 연관성이 불명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에 부시 전 대통령은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전국적 캠페인을 벌였다. 2002년 1월 국정연설에서 “악의 축” 발언으로 이라크의 위험성을 부각시켰고, 같은 해 6월에는 미 육군사관학교 웨스트포인트 졸업식 축사에서 “독재국가가 핵무장을 완성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며 ‘선제적 행동’(preemptive action)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예방 전쟁의 논리적 근거와 유사하다”는 게 보고서 분석이다.

이 밖에 1964년 8월 통킹만 법안의 미 의회 통과로 당시 린든 존슨 대통령에게 베트남전 관련 권한이 위임됐고, 1990년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대응 차원인 걸프전도 경제 제재를 통한 해결을 민주당이 선호하면서 진통을 겪긴 했지만 이듬해 1월 결국 의결된 이라크전쟁 법안에 의해 정당화됐다.

미 대통령의 독단적 군사행동도 없진 않았다. 1983년 그라나다 공화국 침공과 1986년 리비아 공습, 올해 4월 시리아 공군기지 공습 등이다. 그러나 이들은 공통적으로 ▦인명 피해나 예산 소요가 크지 않은 일회성 폭격이나 소규모 군사행동 ▦군사 보복 우려 불필요 ▦의회ㆍ국민의 해당 군사행동 지지 가능성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보고서를 쓴 박지광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대북 공격은 일회성 포격이나 결과가 불 보듯 뻔한 소규모 전쟁보다 대규모 제한전으로 번질 공산이 큰 주요 전쟁에 가까운 데다, 의회와 국민도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을 미심쩍게 여기는 상황”이라며 “독단적 군사행동에 따른 사후 책임 논란과 확전으로 자신이 곤경에 빠질 가능성을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대북 직접 공격이 없는 한 의회의 사전 승인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국의 법적 구조와 여론도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행동을 제약하는 요소다. 미 헌법이 군사행동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데다 전쟁 수행에 필요한 예산 승인 권한이 의회에 있는 만큼 행정부의 전쟁 수행을 의회가 통제할 수 있다. 전쟁 사상자가 늘수록 대통령 지지도가 하락한다는 게 정치학자들 사이에서 정설로 통하는데 재선을 노리는 미 대통령으로선 전쟁을 결정하는 데 부담 요소일 수밖에 없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박지광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군사행동을 최종 결심할 경우 전쟁 법안의 의회 통과와 더불어 국민 설득을 위한 대국민 여론전에 나설 테고, 2002년 이라크전 당시 부시 대통령의 전략을 많이 참조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라크전 선례 분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현재까지 우리 정부의 북핵 문제 대화 채널이 미 행정부에 국한된 느낌”이라며 “미 의회 로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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