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알림

최민정 엄마의 손편지 마법… 얼음 공주가 활짝 웃었다

입력
2018.02.19 04:40
10면
0 0

‘항상 딸을 믿어… 즐기길 바란다’

결전 하루 앞두고 다시 꺼내 읽어

500m 실격 판정 충격 딛고

1500m 압도적 레이스 금메달

“이제 우리 가족여행 떠나요”

최민정과 어머니 이재순씨. P&G 제공
최민정과 어머니 이재순씨. P&G 제공

“엄마, 금메달 땄어. 가족 여행 가자.”

‘얼음 공주’가 활짝 웃었다. 최민정(20ㆍ성남시청)은 지난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쇼트트랙 1,500m에서 압도적인 레이스로 개인 첫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고 가장 먼저 엄마를 떠올렸다.

아직 3,000m 계주와 1,000m 두 종목이 남았지만 꿈만 같았던 금메달을 손에 넣자 그 동안 힘들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최민정은 제일 먼저 엄마를 떠올렸고 “내 경기가 끝나고 나면 엄마는 항상 입술이 부르튼다”며 “직접 뛰는 나보다 더 힘들어하고 걱정하는 엄마에게 죄송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를 위해 희생한 가족들을 위해 여행을 가고 싶다. 여행지는 엄마가 원하는 데로 갈 건데 휴양지를 생각하시는 것 같다. 너무 힘드셨나 보다”라며 미소 지었다.

최민정의 어머니 이재순(54)씨는 딸을 뒷바라지하는데 거의 모든 시간을 쏟았다. 여섯 살에 처음 스케이트를 탔을 때부터 국가대표가 된 지금까지 한결같았다.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을 위해 세 번 이사했다는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처럼 훈련장과 가까운 곳에 집을 구했고, 학교와 훈련장을 오갈 때는 직접 운전대를 잡았다.

최민정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쇼트트랙 대회에 출전하려고 이동하던 중 교통사고가 났을 때는 지인에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 본인 대신 딸을 데려가 달라는 부탁을 할 정도로 지극정성이었다.

물론 힘겨운 시기도 있었다. 최민정을 하루 종일 따라다니다 보니 큰 딸에게 소홀해진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최민정에게 “운동을 그만 두면 안 되겠니”라고 권하기도 했지만 쇼트트랙에 푹 빠진 딸을 말릴 수는 없었다.

어린 시절의 꼬마 최민정. 갤럭시아 SM 제공
어린 시절의 꼬마 최민정. 갤럭시아 SM 제공

또 언제나 조심스러웠다. 딸이 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있을 때는 부담을 느낄까 봐 따로 메시지를 남기지 않는다. 단지 귀여운 이모티콘 몇 개를 보낼 뿐이다. 딸이 경기를 치르는 날엔 마음 졸여 현장에 가보지 못하고 기도만 한다.

엄마의 전폭적인 지원 덕분에 최민정은 세계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평창올림픽을 앞둔 2017~18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전 종목 랭킹 1위에 오른 최민정은 “엄마의 존재 만으로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최민정이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우승한 시상식에서 기뻐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최민정이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우승한 시상식에서 기뻐하고 있다. 강릉=연합뉴스

하지만 지난 13일 열린 올림픽 첫 종목인 500m 결승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을 맞았다. 2위로 통과하고도 실격 판정을 받아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 때 최민정에게 힘이 된 것은 엄마의 손편지였다.

엄마는 올림픽 개막 1주일 전 ‘즐겁게 했으면 좋겠어. 엄마는 항상 딸을 믿는다. 넌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서 즐기길 바란다’는 내용의 편지를 썼고, 최민정은 이 편지를 선수촌에 가져왔다. 그리고 1,500m 결승을 하루 앞둔 전날 밤 엄마의 손편지를 다시 한번 읽었다. 엄마의 편지에 힘을 얻은 최민정은 기어코 ‘금빛 레이스’를 장식했다. 그는 “힘들 때 엄마의 손편지를 한 번씩 읽으면서 위로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강릉=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