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내 지도부는 24일 전날에 이어 ‘3+3’회동을 갖고 쟁점법안과 선거구 획정 일괄타결을 시도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여당은 전날 합의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과 북한인권법을 비롯한 나머지 쟁점 법안, 그리고 노동개혁 4개 법을 29일 본회의에서 선거구 획정과 함께 일괄처리하자고 주장했다. 반면 야당은 합의된 법안부터 처리하자고 맞서 접점을 찾지 못한 것이다. 26일 협상을 재개한다지만 이런 식의 대치가 계속되면 잠정 합의된 법안까지 1월 임시국회 내 처리가 무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진전을 보이던 쟁점법안 협상 분위기가 다시 교착상태에 빠진 것은 여당이 쟁점법안들을 선거구획정과 함께 처리해야 한다는 연계전략을 펴고 나섰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특히 노동개혁 4개법 중 파견근로자보호법(파견법) 처리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원샷법과 짝을 이루는 파견법이 함께 처리돼야 중장년층 실업자 양산을 막을 수 있다는 게 여당과 청와대의 일관된 주장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파견법이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악법일 뿐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저성과자 해고ㆍ취업규칙 변경 완화’ 양대지침 발표에 노동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도 야당의 운신을 크게 제약하는 요인이다.
새누리당이 쟁점법안_ 선거구 획정 연계를 고집하는 데는 선거구 획정만 먼저 이뤄질 경우 야당이 총선 일정을 핑계로 파견법 처리를 외면할 것이라는 우려 탓이 크다. 하지만 선거구 실종이라는 헌정 초유의 사태가 이어지고 있는 입법비상 상황에서 군색하기 짝이 없는 논리이다. 선거구 획정 문제는 비례 의석을 7석 줄여 지역 253석, 비례 47석으로 하자는 데 합의해 한 고비를 넘었다. 광역별 지역구 조정 문제가 남았지만 언제라도 타결이 가능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여당이 파견법을 처리하기 위한 볼모로 삼아 처리를 늦추는 것은 중대한 문제다.
법안 연계전략은 원래 거대 여당에 맞서는 야당의 무기였지만 지난해 연말 예산처리 때부터 과반의석을 갖고 있는 새누리당이 야당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현기환 청와대정무수석은 지난해 12월 정의화 국회의장을 찾아가 경제활성화법과 노동개혁법을 선거구 획정과 함께 처리해 달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지금 새누리당의 연계전략은 그 연장선이다. 이달 말까지인 1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파견법 등 노동관련 법들과 선거구 획정을 일괄 처리하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정 어렵다면 합의된 쟁점법안과 선거구 재획정을 위한 공직선거법부터 먼저 처리하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도 여당의 연계전략으로 선거구 실종사태가 1월 임시국회를 넘기고 설 연휴 이후로까지 이어져 혼란이 극심해지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새누리당이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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