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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7.23 18:17
수정 : 2014.07.24 04:26

순수하고 솔직한 모습의 데이트, 성공할까?

등록 : 2014.07.23 18:17
수정 : 2014.07.24 04:26

데이팅 누드 타이틀 화면. 유튜브 캡쳐

미국의 한 방송에서 남녀가 옷을 모두 벗은 채 소개팅을 하는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이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남녀가 겉치례를 벗고 솔직하고 순수한 상태로 서로의 본 모습을 알아보자’는 취지라고 밝혔지만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미국의 케이블 방송인 VH1은 지난 17일(현지시간)부터 ‘데이팅 네이키드’(Dating Naked)라는 이름의 리얼리티 쇼를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은 두 명의 남녀가 등장하는데, 첫 만남부터 옷을 모두 벗고 인사를 나눈 뒤, 데이트를 즐긴다. 이들의 데이트는 나체 상태일 뿐 서핑이나 게임을 즐기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여느 소개팅 프로그램과 똑같다. 물론 이들의 중요부위는 모자이크로 가려졌다.

'데이팅 네이키드(Dating Naked)' 광고(20초)

첫 회에서는 우선 뉴욕에서 온 남성 조(24)가 등장한다. 그는 사람들은 자신을 겉모습만 보고 터프가이라고 하지만 사실 내면은 로맨틱하고 아이 같은 순수한 모습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자신의 이혼 경력을 언급하며 겉모습이 아닌 진솔한 만남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한다. 그와 데이트에 나서는 위위(36)는 미국 네쉬빌에서 왔다. 자신을 진짜 괜찮은 여자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그녀는 진짜 사랑을 나누고 자신을 잘 돌봐 줄 수 있는 남자을 찾기 위해 왔다고 얘기한다. 곧이어 두 남녀는 진행자의 데이트 규칙에 대한 설명을 듣고, 옷을 완전히 벗고 만남을 시작한다. 진행자는 “요즘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지만 실제로는 온라인 뒤에 숨어 자신을 가리고 서로 더 멀어지도록 밀어내고 있는 것 같다”며 “이 프로그램은 가장 정직한 모습으로 숨김없는 만남을 주선하려고 한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한다.

제작진은 “나체 데이트는 두 남녀가 겉옷과 겉치레로부터 벗어나 솔직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과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7일 방영된 'Dating Naked'의 1회

이런 프로그램이 나올 수 있는 배경에는 미국이 상대적으로 누드에 대해 많은 담론과 활동들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LA의 나체주의자들은 매년 7월14일을 ‘전국 누드데이(National Nude Day)’로 정하고 이를 기념하고 있다. 미국 LA에서 일명 누디스트(Nudist)들은 이날 옷을 벗고 나체로 즐긴다. 위키피디아 등에 따르면 이 누드즘(nudism) 운동은 제2차 세계대전 직전 프랑스와 독일, 북유럽 등에서 해변에서 알몸으로 햇빛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들의 히피운동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1930년대에 미국에 누드비치가 개장하면서 본격적으로 미 대륙에 상륙한 후 세계 각지로 확대됐다. 지난 14일에는 ‘데이팅 네이키드’의 본 방송에 앞서 프로모션의 일환으로 제작된 광고물이 온라인에 공개됐었다. 이 홍보 영상도 ‘전국 누드데이’를 이용한 홍보 전략이다. 유튜브에 게재된 이 짧은 동영상은 4일만에 조회수 백만을 넘어서며 방영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은 바 있다.

데이팅 누드 홍보 영상(1분54초)

이 동영상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도심 한복판임에도 불구하고 속옷까지 벗어 던지고 춤을 춘다. 그런데 알몸으로 거리를 누비는 이들의 얼굴에서 부끄러움이나 민망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당당하고 행복해 보이기까지 한다.

도대체 왜 이들은 옷을 벗는 걸까. 일단 이들이 전국 누드데이 행사를 여는 목적은 나체의 미학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생활 속에 더욱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 누드 휴양산업회(AANR)'의 한 관계자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단 옷을 벗어 던지면 회장도 버스운전기사도 없다”며 “나체가 모든 인간을 평등하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누디스트들은 “자연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바로 인간의 육체"라며 “나체가 사람들 사이의 우애를 돈독하게 해준다”는 주장을 펼쳐오기도 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옷과 같은 겉치레부터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팅 네이키드’도 처음의 쑥스러움을 벗어나면 이내 남녀 모두 이런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래서 이들은 자연주의자라는 말로도 불린다. 이제 누디스트들이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러한 모습은 놀랍긴 해도 이제 혐오스럽거나 충격적이지는 않다. 오히려 흥미롭게 보는 사람들도 많다.

물론 이 방송처럼 전례 없는 ‘나체 방송’은 아직까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방송을 보면 알겠지만 시청자들도 처음에는 이들의 ‘벗은’ 모습에 흥미로운 눈길을 보낸다. 하지만 곧 이들의 벗은 모습은 익숙해지고, 내면의 모습, 남녀가 만들어내는 사랑과 질투의 드라마에 더 초점을 맞춰 간다. 나체를 선정적인 것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가식 없는 남녀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볼 것인지는 이제 시청자의 몫으로 남았다.

위용성 인턴기자(동국대 문예창작과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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