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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헌의 세리머니’에서 고희진의 ‘향기’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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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헌의 세리머니’에서 고희진의 ‘향기’가 난다

입력
2017.03.3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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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센터 진상헌(가운데)이 세리머니를 펼치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대한항공 배구단 제공
대한항공 센터 진상헌(가운데)이 세리머니를 펼치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대한항공 배구단 제공

배구는 흐름의 경기다. 네트를 사이에 둬 신체 접촉이 허용되지 않는 만큼 선수들은 상대를 압박하기 위해 심리전을 펴는데 세리머니도 그 중 하나다. 배구는 상대 얼굴을 보지 않고 뒤돌아 서서 세리머니를 하는 게 불문율이다. 하지만 등진 상태에서도 얼마든지 상대의 기를 꺾을 수 있다.

남자 프로배구 대한항공 센터 진상헌(31)은 ‘세리머니 요정’으로 불린다.

두 팔을 쭉 벌리며 달리는 ‘비행기 세리머니’ ‘한 바퀴 구른 뒤 총 쏘기’ ‘에어로빅’ ‘복싱’ 등 다채로운 세리머니로 연일 화제를 모은다. 프로배구 남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대한항공과 우승을 다투고 있는 현대캐피탈 팬들에게는 진상헌이 ‘밉상’일 수밖에 없다. 현대캐피탈은 챔프 1차전(3월 25일)에서 0-3으로 완패하고 2차전(3월 27일)에서도 초반 1ㆍ2세트를 허무하게 내줬다가 내리 3세트를 따내 3-2 역전에 성공했다. 현대캐피탈 팬들은 ‘진상헌 세리머니 보고 폭발할 뻔 했는데 역전해줘서 고맙다’ ‘진짜 눈물 난다. 진상헌 깨소금이다’ ‘진상헌, 배구도시 천안(챔프 3ㆍ4차전 경기장소)에 와서도 또 그렇게 세리머니 한 번 해보라’며 감정 섞인 말들을 쏟아냈다.

대한항공은 29일 챔프 3차전에서 3-1로 이기며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창단 후 첫 통합 우승을 눈앞에 뒀다. 진상헌은 이날도 속공이나 블로킹을 성공하고 나면 어김없이 특유의 과도한 몸짓으로 현대캐피탈 팬들의 공분을 샀다.

진상헌의 다채로운 세리머니. 대한항공 배구단 제공
진상헌의 다채로운 세리머니. 대한항공 배구단 제공

진상헌은 원래 조용한 선수였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점수를 내면 기도하는 포즈만 취했다. 2014년 4월 상무에 입대해 작년 1월 전역한 뒤 달라졌다. 김현 대한항공 매니저는 “원래 대한항공은 세리머니에 소극적인 점잖은 팀이다. 진상헌이 팀 사기 진작을 위해 ‘나부터 세리머니로 분위기를 끌어 올리겠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그는 세리머니 뿐 아니라 번개 같은 속공, 고비마다 상대 강타를 가로막는 알토란 같은 블로킹 실력도 뽐내고 있다. 챔프 3차전 때는 6개의 속공과 3개의 블로킹으로 9점을 올렸고 공격성공률이 100%였다.

대한항공 팬들은 진상헌에게 ‘고희진(37ㆍ삼성화재 코치)의 향기’가 난다는 찬사를 보낸다.

센터 출신 고희진 코치는 현역 시절 킹콩처럼 가슴을 두드리는 고릴라 세리머니가 트레이드 마크였다. 센터로서 기량도 좋았지만 팀이 흔들릴 때마다 분위기메이커를 자처해 동료들 사기를 끌어올렸고 삼성화재 전성기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올 시즌 팀에 첫 우승컵을 안기겠다는 목표를 품은 진상헌의 마음가짐도 고희진과 다를 바 없다. 그는 자신이 조금 망가지거나 상대 팬들에게 욕먹는 것쯤 개의치 않겠다는 각오로 다음 달 1일 열릴 챔프 4차전을 준비하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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