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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더 큰 바보

입력
2017.06.0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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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이상기류가 형성될 때 종종 언급되는 용어가 있다.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의 ‘더 큰 바보 이론’(the greater fool theory)이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특정 자산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오르고 있는데도 계속 사들이려는 투자자가 있다. 나중에 이 자산을 더 높은 가격에 사들일 사람, 즉 더 큰 바보가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비싼 가격에 사들인 자산이 올라 더 비싸게 판 사람은 봉을 잡게 되지만, 최고점에서 자산을 사들여 폭락을 경험하면 더 큰 바보가 된다. ‘폭탄 돌리기’의 정점에 오른 것이다.

▦ ‘카드로 쌓은 집’(house of cards)도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위태로운 상황이나 불안정한 계획 등을 의미한다. 사상누각과 유사하다. 독일 경제학자 울리히 틸레만은 저서 <왜 우리만 시장에서 눈물을 흘려야 하는가>에서 “카지노에 가는 사람은 모든 게임이 제로섬게임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한 사람의 이익은 다른 사람들의 손해와 일치한다. 하지만 모든 게임 참가자들은 자신이 기만 당하는 것보다 다른 참가자들을 기만하는 것이 더 쉽다고 믿는다”고 지적했다. 바보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더 많기에 가능한 일이겠다.

▦ 대표적인 것이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다. 제2금융권 비우량 주택담보대출인 서브프라임 모기지는 주택저당증권(MBSㆍMortgage Backed Security)으로 증권화됐다. 집값이 오르면서 높은 수익률이 보장되자 각종 금융기관과 투자자들이 관련 파생상품을 ‘묻지 마’ 방식으로 거래했다. 최후의 폭탄을 떠안은 금융기관들이 맥없이 무너졌다. 이 같은 행태를 비꼰 것이 ‘NINA 저당권’이다. ‘소득도 없고 자산도 없는 것’(No Income, No Asset)이라는 의미에서다. 금리가 오르면 집값이 내려가 다 물거품이 될 것들이었다.

▦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실물경제는 그리 좋지 않은데 부동산과 증시가 과열이다. 서울 강남 일부 지역에 국지적이던 부동산 투자 열기가 지방까지 확산하고, 증시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했다. 가계부채가 1,360조원에 달하고 주식 신용대출은 급증했다. 빚내서 집 사고 주식에 투자하는 전형적인 거품현상이다. 정부는 부동산시장 과열을 우려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누가 폭탄을 떠안게 될까. 노무현 정부 때 총력을 동원했는데도 서울 집값은 50% 이상 올랐다. 잡으려 하면 도망치는 것이 집값이라 딜레마다.

조재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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