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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 못잖은 홍게 한입…속풀이엔 곰치가 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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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게 못잖은 홍게 한입…속풀이엔 곰치가 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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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15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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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덕대게다, 아니다 울진대게다. 탱글탱글 달큰한 대게 살이 차오르는 이맘때면 두 지역간 기 싸움도 한층 달아오른다. 소비자 입장에선 사실 어느 지역 대게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두 지역 어민이 주로 대게를 잡는 곳은 동해 왕돌초 해역이다. 수심 40~60m 바닷속에 길이 6~10km, 폭 3~6km 규모의 3개 바위산맥으로 형성된 왕돌초는 120여종의 해양생물이 서식하는 생태의 보고다. 이곳에서 잡은 대게가 강구나 축산항으로 가면 영덕대게이고, 후포나 죽변항으로 가면 울진대게다.

다시 대게 철이다. 올해는 물량이 줄어 가격도 다소 올랐다. 붉은대게(홍게)를 먹기 좋게 정리해 놓은 모습. 촬영협조 후포항 왕돌회수산. 울진=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다시 대게 철이다. 올해는 물량이 줄어 가격도 다소 올랐다. 붉은대게(홍게)를 먹기 좋게 정리해 놓은 모습. 촬영협조 후포항 왕돌회수산. 울진=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대게 원조마을을 자처하는 울진 평해읍 거일리 대게잡이 조형물.
대게 원조마을을 자처하는 울진 평해읍 거일리 대게잡이 조형물.

영덕대게가 선점효과로 굳히기에 들어간 상황에서도 울진사람들이 ‘원조’를 고집하는 이유가 몇 가지 있다. 우선 왕돌초 해역에서 가장 가까운 항구가 울진 후포항(약 23km)이라는 것과 국내에서 처음으로 대게잡이를 한 곳이 바로 인근 평해읍 거일리라는 점이다. 후포항에서 해안도로(이름도 ‘울진대게로’이다)로 약 3km를 올라가면 도망가는 대게를 쫓아가는 어선을 형상화한 재미난 조각을 만난다. 대게의 다리가 대나무 마디와 닮았다는 작명 유래와 상관없이 절로 큰 대(大)자를 떠올리게끔 크게 만들었다. 작품 이름을 붙이자면 ‘게 섰거라’ 가 어울릴 정도로 어선과 대게의 비율도 만화적이다.

함께 세운 ‘울진대게유래비’의 설명을 요약하면 거일리의 원래 이름이 기알(게알)로 대게 원조마을이라는 것과 고려시대부터 대게가 울진의 특산품이었다는 것이다. “울진대게의 정통성을 세우기 위해” 비를 건립했다는 대목에 이르면 비장함까지 느껴져 슬며시 웃음이 난다.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 울진의 대게가 영덕을 거쳐 대구와 안동 등으로 퍼져나가 영덕대게로 불리게 됐다는 주장도 울진에선 정설로 통한다. 중간 집하장에 원산지 이름을 빼앗겼다는 얘기다.

대게 식사의 마무리는 역시 게딱지에 밥 비벼 먹기.
대게 식사의 마무리는 역시 게딱지에 밥 비벼 먹기.

아무려면 어떤가. 소비자에게 중요한 것은 품질과 가격이다. 안타깝게도 올해 대게 생산량은 지난해 이맘때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다. 당연히 가격도 올랐다. 몸통지름 11㎝ 가량의 중(中)게의 경우 식당 판매가격이 3만5,000원 수준이다. 후포항의 ‘왕돌회수산’식당 임효철 사장의 말로는 “보통 4인 가족이 푸짐하게 먹으려면 6마리는 돼야 한다”니, 20만원에 달하는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대신 물량이 많은 붉은대게(홍게)는 2만5,000원선이어서 섞어서 주문하면 부담을 조금은 줄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게가 살이 더 부드럽고 단맛이 많다고 알려졌지만, 살이 꽉 찬 홍게는 대게 못지 않다. 찌고 또 쪄서 육즙은 말라붙고 껍데기만 남은, 퇴근길 아파트 앞에서 판매하는 홍게와 비교하면 절대 안 된다.

후포의 60여 곳 대게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 또 하나의 게 요리는 홍게탕. 게딱지의 게장을 발라 먼저 끓인 후 다리를 넣어 함께 끓여내는 음식으로 시원한 국물 맛이 일품이다. 식성에 따라 라면사리를 추가할 수도 있다. 홍게 2마리가 들어가는 4만원짜리 홍게탕이면 3인 식사로 든든하다.

택배로 시키는 소비자도 대부분 찐 대게를 주문하지만, 몇 가지만 주의하면 직접 찌는 것도 어렵지 않다. 일단 살아있는 게를 바로 찌면 다리가 떨어지고 게장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 꼭 미지근한 물에 담가 죽은 것을 확인한 뒤 쪄야 한다. 이때 진액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반드시 배를 위쪽으로 놓아야 한다. 약 30분간 찌고 5분 정도 뜸을 들이면 끝이다. 찌는 물에 소금과 청주를 약간 떨어뜨리거나, 솔잎이나 대나무를 함께 넣고 찌면 비린내 제거에 효과적이다. 후포항의 울진대게 홍보전시관에서 확인한 팁이다.

홍게는 7~8월 두 달만 쉬고 연중 잡지만, 대게는 12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만 잡는다. 아직까지는 대게 살이 약 70%만 오른 상태다. 이달 말이나 내달 초쯤이면 80%이상 속이 찰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축제’도 이 시기에 맞춰 3월 2일부터 5일까지 후포항 왕돌초광장 일원에서 열린다. 축제기간 매일 대게 풍어굿과 경매가 열리고, 관광객이 참여하는 큰줄당기기, 게줄당기기 등의 행사가 준비된다.

▦귀한 횟감 줄가자미, 속풀이엔 곰치국

횟집에서 가장 난감한 게 가격표의 ‘시가’다. 대표적인 어종이 이맘때 울진 별미인 줄가자미. 아직까지는 뼈째 썰어 회로 먹지만, 날이 따뜻해지면 뼈가 억세져 제 맛을 즐길 수 없는 생선이다. 문제는 가격, 수족관에 보관할 만큼 많이 잡히지도 않을뿐더러 크기에 따라 가격폭도 크다. 요즘 어림 값은 500g에 7~8만원, 1kg짜리는 20만원 수준이다. 고가에도 불구하고 쫄깃하고 고소한 맛을 잊지 못해 찾는 이들이 있는데, 미리 예약을 해야 식당에서 경매에 참여해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 빨판 가득 동해의 싱싱함을 머금은 참문어도 시가로 판매하는데, 문어 숙회는 1kg당 3만5,000원 선이다.

오돌토돌한 줄가자미, 맛은 쫄깃쫄깃.
오돌토돌한 줄가자미, 맛은 쫄깃쫄깃.
이맘때만 맛볼 수 있는 줄가자미는 가장 비싼 횟감 중의 하나다. 촬영협조 후포항 왕돌회수산.
이맘때만 맛볼 수 있는 줄가자미는 가장 비싼 횟감 중의 하나다. 촬영협조 후포항 왕돌회수산.
두텁고 보드라운 곰치 살.
두텁고 보드라운 곰치 살.
망양정회식당의 해물칼국수.
망양정회식당의 해물칼국수.

동해안에서 겨울철 속풀이 음식으로 자리잡은 메뉴 중 하나는 곰치국이다. 곰치는 홍게잡이 통발에 걸려 올라오는데, 서ㆍ남해에서 많이 잡히는 물메기에 비해 살이 두텁고 부드럽다. 주로 숭덩숭덩 썬 김치와 함께 끓여 시원하면서도 얼큰해 아침 해장용이나 언 몸을 녹이기에 그만이다. 후포항과 죽변항의 대부분 식당에서 취급하는데, 죽변의 명물곰식당과 우성식당은 곰치국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다. 가격은 1만3,000원 수준.

망양정 아래 망양정회식당은 회보다 해물칼국수로 지역에서 이름나 있다. 국수면발이 보이지 않을 만큼 조개가 푸짐하다. 단호박과 청량고추를 더해 국물도 시원하면서 칼칼하다. 조개 살 빼먹는 데에 정신이 팔려 정작 국수 맛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 게 단점. 1인분 9,000원이다.

울진=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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