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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칼럼] 美 입맛 맞추다 산으로 간 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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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칼럼] 美 입맛 맞추다 산으로 간 사드

입력
2016.07.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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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앞서 두 차례 환경평가 한 괌

주민 밀집 지역인 성주는 일방적 통보만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사드인가

미군령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된 사드 발사대 앞에서 미군이 한국 국방부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국방부공동취재단
미군령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된 사드 발사대 앞에서 미군이 한국 국방부 취재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국방부공동취재단

사드가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에 배치된 것은 2013년이다. 그에 앞서 미군은 두 차례나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다. 2009년에 나온 보고서에는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유해거리는 물론 공기와 수질의 오염범위, 식물의 종별 피해 규모 등 예상되는 모든 환경피해가 담겼다.

사드 레이더는 직진성이 강한 X밴드 주파수를 활용한다. 괌의 레이더는 바다를 향해 있어 전자파 피해 우려가 덜한 편이다. 기지 주변에는 민간인 거주지도 거의 없다. 가장 가까운 민가는 3㎞ 정도 떨어져 있다. 전자파 유해성이나 발전기 소음 등 민간인 피해를 염려할 정도가 적은데도 미군은 정밀 조사를 실시했다. 괌의 사드는 임시로 설치된 것으로 아직 영구 배치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현재 미군은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1년 넘게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다.

미국 이외 지역으로는 처음 사드 배치가 결정된 경북 성주는 괌과는 너무나 달랐다. 성주 포대는 앤더슨 기지와는 비교가 안 되는 작은 규모에, 2,800명이 살고 있는 성주읍과는 1.5㎞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그런데도 그 흔한 주민설명회나 환경영향평가 한 번 없었다. 국방부는 당초 “예정 지역 주민들을 상대로 설명과 설득, 동의 절차를 거치겠다”고 했으나 공염불이었다.

군 당국이 전자파에 무해하다고 주장하는 유일한 근거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이지만 결과는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시뮬레이션이라는 것도 괌 환경평가보고서를 미군으로부터 받아 일부 수치만 대입한 것에 불과하다. 지형과 주민 거주, 환경 등이 판이한 괌의 것을 그대로 대치한 것이다. 국방부는 뒤늦게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겠다고 했으나 성주의 미사일기지가 미군 공여지로 넘어가 미국이 거부하면 그만이다.

미군은 18일 사드가 배치된 미국령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를 찾은 국방부 취재진에게 레이더 전자파를 직접 측정한 결과도 공개하며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제공
미군은 18일 사드가 배치된 미국령 괌의 앤더슨 공군기지를 찾은 국방부 취재진에게 레이더 전자파를 직접 측정한 결과도 공개하며 인체에 무해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국방부 제공

국방부는 “사드를 고지대에 설치하고 안전거리를 확보하기 때문에 전자파 영향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사드 레이더의 위험 반경을 100m로 잡고 이 거리만 벗어나면 안전지대인 것처럼 주장한다. 그러나 미군은 ‘100m 구역’이후가 아니라 ‘3.6㎞구역’이후를 ‘안전지대(No Hazard)’라고 표시하고 있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성주읍의 주택과 농경지뿐 아니라 군청, 읍사무소, 보건소 등 밀집 시설이 죄다 위험 지역이 되는 셈이다.

급기야 국방부는 탄도탄 조기경보 레이더인 그린파인 기지를 공개한 데 이어 괌의 사드 포대를 국내 언론에 공개했지만 의혹을 불식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괌 방문 취재진에 전자파와 소음 전문가가 포함돼 있지 않아 검증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레이더 출력에 따라 안전기준이 달라지므로 운용 출력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으면 어디까지가 안전범위인지 결론내기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미 군 당국 어느 누구도 기본적인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사드 참외’‘불임 위험’등의 사드 전자파 유해성 논란은 과도하게 부풀려진 측면이 크다. 이렇듯 괴담이 형성된 데는 정부의 비밀주의와 일방주의가 일차적인 원인이다. 이명박 정부 당시 광우병 사태 때도 똑 같은 양상이 벌어졌다. 광우병 괴담이 퍼진 것은 미국산 소고기 전면 개방 압력을 받은 정부가 밀실에서 모든 것을 결정한 탓이다. ‘30개월 이상 된 소고기’까지 수입하기로 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반발이 커졌고 결국 정부가 이를 거둬들여 진정이 됐다.

사드도 미국의 요구를 큰 고민 없이 받아들인 게 화근이다. 2014년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제기했고, 당초 공언한 목적과 다르게 수도권이 아닌 성주에 배치키로 한데다 통제권이 우리가 아닌 주한미군사령관에게 있다는 점 등에서 사드 배치는 미국의 패권전략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사드 한반도 배치는 미국이 대중국 견제 수단으로 추진 중인 미사일방어체계(MD) 편입의 수순 밟기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서 사드 레이더에 포착된 정보는 일본에 설치된 동일 기종의 X밴드 레이더와 실시간으로 공유된다.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사드 배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의 잘못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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