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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칼럼] 박 대통령이 탈당해야 하는 이유

입력
2016.05.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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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 임기 말 레임덕에 당적 버려

총선 패배, 친박 작태에 대통령 책임 커

당파 초월한 국정 위해 선제적 탈당 필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선 10개월을 앞두고 탈당했다. 그는 ‘정치인 노무현의 좌절’이라는 글을 통해 심경을 밝혔다.“열린우리당이 무너지려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책임 있는 정치를 위해서는 임기 마지막까지 대통령이 당적을 버리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는 게 소신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을 위해 소신을 접습니다.” 노무현은 자신이 만든 열린우리당의 와해를 막으려 결단을 내렸지만 당을 되살리기에는 이미 늦은 시점이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취임한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은 임기 말에 당을 떠났다. 레임덕에 휘말리면서 자의반타의반으로 당적을 버려야 했다. 이명박의 경우 마지막까지 당적을 유지하긴 했으나 뒷전으로 비켜나 있었다.

대통령 탈당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대통령과 여당의 정치적 일체화가 핵심인 대통령중심제에서 집권당의 소멸을 가져오는 대통령의 탈당은 대의민주주의에 위배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여야간 극한 대립이 일상화한 한국 정치에서는 불가피하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탈당한 대통령은 여당의 도움을 받을 수 없지만 국정에 전력하기에는 더 효율적이라는 이유에서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떤가.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의지와 집념을 의심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신년기자회견에서도 “남은 임기 동안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4ㆍ13총선에서의 참패로 동력이 급격히 떨어졌다. 여소야대 구조는 의회 권력이 야당으로 넘어갔음을 의미한다. 박 대통령이 줄곧 강조해온 경제 살리기와 민생에 전념하려면 초당적 위치에 서지 않으면 안 되는 국면이다.

여당의 상황은 더욱 녹록하지 않다. 친박의 패권주의 행태는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신들 뜻에 맞지 않는다며 최고의결기구의 작동을 정지시켜 식물정당을 초래했다. 박 대통령은 편집ㆍ보도국장 간담회에서 “친박이란 말은 내가 만들지 않았고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 말을 믿는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2008년 친이계가 주도한 친박계 공천 학살에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한 게 누구이고, 대선 이후 친박 핵심들을 요직에 채우고 “진실한 사람들”이라며 친박을 챙겨준 게 또 누군가.

친박은 새누리당의 정체성을 “박 대통령과 운명을 함께할 의지가 있느냐”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박 대통령이 충성도 높은 친박을 거느리고 퇴임 후에도 정치 활동을 하려 한다는 얘기가 파다하다. 친박들도 이를 부인하지 않는다. 정상적인 공당이 아니라 보스 중심의 사적 집단과 다를 바 없다. 그러니 차라리 당을 쪼갰으면 쪼갰지 비박계에 권력을 넘겨줄 수 없다고 나서는 것이다. 집권 여당이 풍비박산 날 위기에 놓였는데도 청와대가 침묵하는 것을 보면 친박의 난장(亂場)이 누구 뜻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국민들은 지금 대통령과 청와대, 새누리당 얘기만 나오면 고개를 돌린다. 현 정권의 든든한 기반인 보수층마저 “정권이 진보로 넘어가게 생겼다”며 아우성이다. 여당의 난맥상을 해결할 사람은 박 대통령밖에는 없다. 박 대통령은 한시라도 빨리 친박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통령이 당에 남아있는 한 친박의 패거리 정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5년 단임제 하에서 대통령의 레임덕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조만간 레임덕이 닥치고 지지율이 급락하면 여당에서 거센 탈당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어차피 피할 수 없는 레임덕이라면 역대 대통령들처럼 떠밀리듯 당을 떠날 게 아니라 선제적 조치를 취하는 게 현명하다. 대선 때까지는 불과 1년6개월의 시간이 남았다. 국가위기 상황을 타개하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박 대통령은 기로에 서있다. ‘친박 정권’을 재창출하려다 나라를 좌초시킨 대통령으로 남을지, 아니면 당파를 초월한 국정운영으로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낼지를 결단할 시점에 와있다. 박 대통령은 어떤 역사의 평가를 받기 원하는 것인가.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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