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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태석의 빛으로 쓴 편지] 고향친구 느티나무

입력
2016.10.04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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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자욱하게 낀 이른 새벽, 충북 보은의 논 가운데 자리한 은행나무가 불빛을 받아 신비로움을 더한다. 보은=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안개가 자욱하게 낀 이른 새벽, 충북 보은의 논 가운데 자리한 은행나무가 불빛을 받아 신비로움을 더한다. 보은=왕태석기자 kingwang@hankookilbo.com

어릴 적 마을 어귀에 있던 느티나무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늦은 밤 아버지의 술 심부름이라도 할 때면 바람에 흐느끼는 느티나무 앞은 웬만한 배포가 없으면 지나가기 힘들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어 그곳을 찾으니 공포의 느티나무는 이제 나를 반갑게 맞아주는 고향 친구가 되어 있었다.

이른 새벽, 느티나무가 선 시골길에 산책 나온 관광객의 모습이 평화로워 보인다.
이른 새벽, 느티나무가 선 시골길에 산책 나온 관광객의 모습이 평화로워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500년 이상 된 고목을 찾아보면 느티나무와 은행나무가 많다. 그 중 느티나무가 전국에 더 많이 분포해 있다. 원래 느티나무는 재질이 단단하고 목재 결이 아름다워 가구, 건축, 선박, 공예 등 다양한 곳에 쓰인다. 또한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상징적 존재이면서 한여름엔 무더위를 피할 수 있게 널따란 그늘 막을 제공한다.

충북 보은군엔 수령이 500년이 넘은 느티나무가 마을 앞이 아니라 논 한가운데 우뚝 서있다. 어쩌면 무더위에 지친 농부들이 잠시 쉴 수 있게 일부러 이곳에 터를 잡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이색적인 장소는 영화촬영 장소로도 유명해져 관광객들이 제법 찾는다.

언제나 그 자리를 터줏대감처럼 지키고 있는 느티나무. 안개가 자욱하게 낀 이른 새벽, 무성한 나뭇가지 사이로 쏟아져 나오는 불빛이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멀티미디어부 차장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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