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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인뉴스] ‘선택장애’라고요? 대신 결정해드립니다

입력
2018.04.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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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뭐 하지?” “점심에 뭐 먹지?” 결정의 순간들은 끊임없이 이어지지만, 매번 쉽지 않습니다. 커피 하나 고르는 데에도 10가지가 훌쩍 넘는 카페 메뉴 앞에서 치열하게 고민한 경험, 모두 한 번씩은 있으시죠? 바로 현대인의 고질병 ‘선택장애’ 때문인데요. 어느새 소비가 낙이 아닌 스트레스 돼 버린 상황, 급기야 소비자들은 결정하는 데에 드는 시간과 스트레스를 줄이기에 나섰습니다. 그 내막을 한국일보가 들어봤습니다.

제작 :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원문 :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구독자 108만 명. 국내 뷰티 분야에서 손꼽히는 1인 크리에이터 ‘써니’가 유튜브 화면에 등장합니다. 이 영상에서 그가 선보일 것은 레드벨벳의 인기멤버인 '조이'의 화장 따라 하기. 여기까진 별다를 것 없는 '뷰티 영상'으로 보입니다. 

특별한 건, 이 영상에서 등장한 여러 브랜드의 화장품들이 '하나의 박스'로 담겨 판매된다는 것! 일명 <써니박스>는 공개 8시간 만에 준비된 3,000박스가 동났습니다. 주 고객은 10대 후반~20대 초반 여성들.  어떤 화장품을 골라야 좋을지 잘 모르는 '화장 초보'가 대다수입니다. 

점심에 뭐 먹지? 신혼여행으로 어딜 가지? 우리의 일상은 1분 1초가 결정의 연속이지만, 막상 수많은 선택지 앞에 갈팡질팡하기 일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고르고 결정하고 소비하는 과정을 이토록 힘겹게 느끼는 걸까요? 

상품에 대한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면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소비자의 노력도 덩달아 커져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랍니다. 흔히들 선택지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오히려 '선택의 자유'가 줄어든다고 하죠?

자그마치 열흘, 온라인 소비자가 가전제품을 사기 위해 처음 검색한 날로부터 구매까지는 걸리는 시간입니다. 그 사이 19개나 되는 상품을 비교 검색합니다. 어느새 소비는 '낙'이 아니라 '스트레스'로... 

결국 소비자들은 결정하는 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를 줄이기에 나섭니다. '대신 고르고 대신 결정해주는' 이른바 '선택 장애 맞춤형 서비스'죠. 

'밥은 하기 싫고, 오늘 저녁 뭐 먹지?' 배달음식 메뉴를 결정하는 것은 늘 번거롭죠. "삼계탕 어디가 유명해요"  발맞춰 등장한 배달대행업체 '띵똥'의 해주세요 서비스. 품목만 정하면 배달원이 '알아서 선택해' 배달해줍니다. 

화장품만큼 고르기 어려운 게 또 있을까요?  피부 타입별로, 바르는 부위별로, 용도별로 정말... 유명 유투버가 픽한 '00박스' 시리즈는 화장품 판매업체 글로시데이즈의 효자 아이템. "유투버들이 자신이 원하는 제품들을 고르게 한 후, 해당 제조사를 통해 물량을 확보하는 식이에요. 중간 역할자 개념이죠." (최홍준 글로시데리즈 대표)

'당신이 좋아할 만한 영상'을 이끌린 듯 클릭해본 경험, 다들 있으시죠? 개인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는 이미 대중화돼 있습니다. 선택지를 좁혀 보여줌으로써 소비자들의 결정 노동을 줄여주죠.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 바로 '큐레이션 정기 구독 서비스'. 전문가가 내 취향에 맞게 골라준 향수, 꽃다발, 반찬, 과일이 주기적으로 집으로 배송됩니다.

향수 추천 회사 파펨은 개인의 취향은 물론 계절까지 고려해 여러 개의 소량 향수를 보내주죠. 꽃 전문 브랜드 꾸까가 운영하는 '꾸까 그린'은 전문가가 직접 큐레이션한 식물을 집이나 사무실로 보내줍니다. 

역시 AI보다는 섬세한 전문가의 손길이 더 매력적.  "지속적인 상호 관계를 통해 내 취향을 잘 알만 한 사람이 해주는 추천에 훨씬 더 신뢰와 애착을 느끼죠." (강현지 전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매일 수십 개의 선택지 앞에서 현대인들은 만성 '선택 피로' 상태에 있습니다. 인생을 좌우할 결정이 아니라면 합리적 '결정 비용'을 통해 마음의 짐을 덜어 보는 건 어떨까요? 

원문_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제작_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사진출처_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일보 자료사진, 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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