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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한미 FTA 딴지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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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한미 FTA 딴지걸기

입력
2017.07.0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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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밀하게 계산된 ‘협상의 기술’

공동성명에 없던 재협상 주장

‘남이 좋아하든 말든 나는 리더…

미국 우선주의 위해 싸우겠다’

저서엔 특유의 협상법 소개돼

독ㆍ캐나다 등 정상들과 만날 때도

회담 땐 정중하다 돌출행동 보여

지난해 8월 당시 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대통령 후보가 멕시코를 방문, 페냐 니에토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후보는 회담장에서는 국경장벽 건설비용을 언급하지 않고도, 막상 귀국해서는 멕시코가 건설비용을 댈 것이라고 주장해 니에토 대통령을 곤경에 빠뜨린 바 있다. 로이터
지난해 8월 당시 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대통령 후보가 멕시코를 방문, 페냐 니에토 대통령과 회담을 가졌다. 트럼프 후보는 회담장에서는 국경장벽 건설비용을 언급하지 않고도, 막상 귀국해서는 멕시코가 건설비용을 댈 것이라고 주장해 니에토 대통령을 곤경에 빠뜨린 바 있다. 로이터

공동성명에도 없고, 회담 상대인 문재인 대통령마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는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어째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양국 정상회담 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거듭 주장한 것일까.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이후 합의 내용과 다른 말을 해 상대국을 당혹스럽게 하는 일은 종종 있었다”라며 “모든 게 트럼프 대통령의 치밀한 계산에서 비롯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뼛속까지 비즈니스맨인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의 기술’이 정상외교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나라 정상과의 합의를 부정하고 일방적 주장을 펴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취임 이래 독일, 캐나다, 멕시코 등 국익이 상충되는 국가 정상과의 만남에서는 더 심한 행태도 보였다. 회담장에서는 정중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회담이 끝나면 돌연 상대국가를 비난하는가 하면, 아예 예정된 회담을 취소한 경우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30일 트위터를 통해 ‘독일이 불공적 무역을 일삼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방위비를 적정 분담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닷새 전 나토회원국 정상회담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호응하지 않고 불만을 표시하자, 여과 없이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메르켈 총리와의 백악관 회담 직후에는 독일이 ‘청구서를 받은 바 없다’고 밝혔는데도, 독일은 밀린 나토 분담금(349조원)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미FTA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손봐야 할 협정으로 꼽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대상국인 캐나다, 멕시코 정상과도 이처럼 오락가락한 외교 스타일로 인해 불편한 관계다. 지난 2월13일 트럼프 대통령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첫 회담에서는 당초 ‘전면폐지’ 대신 ‘NAFTA 조항을 약간 고치면 된다’고 유화적 태도를 보였으나, 캐나다 측이 양보할 기미를 보이지 않자 4월25일에 “미국 낙농산업을 위협하는 캐나다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고 날을 세웠다.

독일(아래)과 캐나다를 비판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독일(아래)과 캐나다를 비판한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국경장벽 건설, NAFTA 재조정 등 현안이 복잡한 멕시코의 페냐 니에토 대통령과도 불화 관계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해 8월 멕시코를 방문해 니에토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는 국경장벽 건설비용 얘기를 꺼내지 않았으나, 미국으로 돌아와서는 ‘멕시코가 비용을 대기로 했다’고 주장했다. 취임 직후인 1월 말에는 회담 일정을 확정한 뒤, ‘멕시코가 양보하지 않으면 회담이 필요 없다’고 압박을 가했다. ‘굴욕 회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니에토 대통령은 결국 방미 계획을 취소했다.

워싱턴 관계자들은 이런 행태를 ‘미국 우선주의’와 ‘항상 리더가 돼야 한다’는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기법이 결합된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서 ‘협상의 기술’에서 “남이 좋아하든 말든 나는 리더가 되려고 한다. 굽히기보다 싸우겠다. 한번 굽히면 잘 굽히는 사람이라는 평판이 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사소한 이익이라도 국익이라고 판단하면, 정상회담을 깨거나 외교적 결례라는 비난을 감수하고서라도 미국의 압도적 국력을 배경으로 쟁취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당하는 쪽은 괴롭고 미국의 국제적 평판은 악화일로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일방주의적 행태로 꽤 많은 실리를 챙기고 있다. 트럼프의 독일 압박에 나토 회원국은 자발적으로 올해 방위비를 전년 대비 4.3%로 올리기로 합의했다. 캐나다와 멕시코도 NAFTA 협상과 관련, 미국의 처분을 기다리는 수세적 입장이다. 앨런 롬버그 스팀슨센터 석좌연구위원은 “한미FTA에 대한 미국의 불만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전부터 쌓여왔다”며 “어떤 방식이든 (트럼프 대통령 의도대로) 내용을 바꾸는 데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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