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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경기 PK 실점… “열심히 뛰었지만 지혜롭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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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경기 PK 실점… “열심히 뛰었지만 지혜롭지 못했다”

입력
2018.06.25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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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표 “태클은 최후의 수단…”

감독 탓도 선수 탓도 아니야

랭킹 57위 한국 축구의 현주소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24일 멕시코와 러시아월드컵 F조 2차전에서 1-2로 패한 뒤 그라운드에 엎드려 허무해하고 있다. 로스토프나도누=류효진 기자
한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24일 멕시코와 러시아월드컵 F조 2차전에서 1-2로 패한 뒤 그라운드에 엎드려 허무해하고 있다. 로스토프나도누=류효진 기자

누구를 원망할 것도 탓할 것도 없다. 바로 이게 한국 축구의 본 실력이다.

신태용(49)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이 24일(한국시간) 멕시코와 러시아월드컵 F조 2차전에서 1-2로 패했다. 한국은 전반 26분 수비수 장현수(27ㆍFC도쿄)의 핸들링 반칙으로 카를로스 벨라(29ㆍ로스앤젤레스)에게 페널티킥(PK) 선제골을 허용한 뒤 후반 21분 역습으로 하비에르 에르난데스(30ㆍ웨스트햄)에 또 한 방 얻어맞으며 무너졌다. 후반 추가시간 손흥민(26ㆍ토트넘)의 벼락같은 중거리포 만회골로 위안을 삼았다.

스웨덴전(0-1)에 이어 2연패를 기록한 한국은 조 최하위로 처졌다. 27일 최종전에서 독일을 잡고 멕시코가 스웨덴을 이겨 주면 16강에 오를 가능성은 있지만 말 그대로 실낱 같은 희망일 뿐이다.

한국과 멕시코의 전력 차이는 확연했다. 기록으로 드러난다. 패스성공률은 한국이 82%, 멕시코는 89%였다. 한국은 17개 슈팅 중 6개가 유효슈팅(골문으로 향한 슈팅)이었고 멕시코는 13개 중 5개가 유효슈팅이었다. 패스의 정교함과 골 결정력의 수준 차이가 1-2라는 스코어로 이어졌다.

태극전사들은 부족한 실력을 투지와 근성으로 만회하려 사력을 다했다. 한국 선수들은 90분 동안 99㎞를 뛰어 멕시코(97㎞)보다 활동량이 많았다. 스웨덴과 1차전(103㎞)보다 덜 뛴 건 33도에 육박했던 무더운 때문이다. 반칙 숫자는 한국(24개)이 멕시코(7개)의 3배가 넘었다. 반칙으로라도 상대를 저지할 수밖에 없었던 절실한 몸짓이었다. 한국은 경고도 4장이나 받았다.

장현수가 고개를 숙이며 아쉬워하고 있다. 로스토프나도누=연합뉴스
장현수가 고개를 숙이며 아쉬워하고 있다. 로스토프나도누=연합뉴스

그러나 투혼만으로 모든 걸 극복할 수는 없다. 한국은 스웨덴과 첫 경기에 이어 또 다시 PK로 선제골을 내줬다. 단순한 불운이 아니다. 스웨덴전 김민우(28ㆍ상주상무)의 반칙은 무리한 동작에서 나왔다. 상대 공격 방향이 골문 쪽이 아니었기 때문에 접근만 했어도 방어가 충분했다. 멕시코전 장현수의 핸들링 반칙은 더 아쉽다. ‘명수비수’ 출신 이영표 KBS 해설위원은 “태클은 최후의 수단이다. (태클로) 100% 공을 건드릴 수 있을 때, 정말 태클 아니면 답이 없을 때만 하는 것”이라며 “PK를 허용한 장면에서는 태클을 하면 오히려 공중으로 크로스가 올라올 확률이 더 높았다. 절대 태클을 시도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PK 실점은 초반 경기를 잘 운영하던 한국에 찬물을 끼얹는 치명타였다.

멕시코 역습에 의한 두 번째 실점도 뼈아프다. 물론 기성용(29ㆍ스완지시티)이 볼을 뺏기는 과정에서 상대 반칙이 있었다. 주심이 못 봤고 득점에 관여된 상황이라 비디오판독(VAR)을 할 수 있었는데 심판들은 이마저도 외면했다. 그러나 이번에도 최후의 보루였던 장현수의 판단이 현명하지 못했다. 태클 대신 에르난데스를 골문에서 먼 쪽으로 몰았어야 했다. 골키퍼 조현우(27ㆍ대구)가 각도를 좁히고 이미 나와 있었기 때문에 이 경우 에르난데스의 선택지를 왼발 슈팅으로 좁혀 실점 확률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더구나 에르난데스는 왼발 슈팅이 약한 선수다. 이영표 위원은 “열심히 뛰었지만 지혜롭지는 못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허탈해하는 신태용 감독. 로스토프나도누=연합뉴스
허탈해하는 신태용 감독. 로스토프나도누=연합뉴스

“이기면 선수가 이긴 것이고 지면 감독이 진 것”이라는 축구 격언이 있다. 그러나 러시아월드컵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에 그친 게 사령탑의 용병술이 부족해서라고 단언하기 힘들다. 선수 잘못은 더욱 아니다. 한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57위다. 러시아월드컵 참가국 가운데 일본(61위), 사우디(67위), 러시아(70위) 다음으로 낮다. 이 랭킹이 한국 축구의 현주소임을 지난 두 경기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축구계 관계자들은 “한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 4강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 진출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금의 한국은 월드컵 16강을 노릴 수 있는 팀이 아니다. 1승도 버거운 목표다.

로스토프나도누(러시아)=윤태석 기자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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