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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9.22 16:00

[이원영의 펭귄 뉴스] 펭귄은 얼마나 오래 살까

등록 : 2017.09.22 16:00

시골에서 농사를 짓는 이모 댁에 매년 제비가 둥지를 튼다. 십 수 년 넘도록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찾아오는 제비가 기특하다는 이모에게 “제비는 기대 수명이 5년 정도 밖에 되지 않으니 같은 제비는 아닐 것”이라고 차마 말하지 못했다. 제비처럼 크기가 작은 참새목(Passeriformes) 조류는 수명이 짧은 편이라 연구 기간도 짧아 생활사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슴새목(Procellariiformes)과 도요목(Charadriiformes)은 수명이 긴 편이라 연구자들도 대상종이 얼마나 오래 사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한 개체의 수명을 알기 위해 탄생부터 죽음까지 기간을 연속적으로 추적해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니다. 게다가 조류의 사망률은 대개 첫 해에 가장 높고 부모로부터 떨어진 곳으로 분산하는 일이 많아 같은 개체를 다시 관찰하기 매우 어렵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새들의 수명도 개체들마다 제각각이다. 병에 걸리거나 포식자에게 잡아 먹힐 수 있고 불의의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다. 먹이를 찾지 못하면 오랜 기간 굶주려야 하고 먼 거리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극심한 에너지 소모를 겪기도 한다. 그래서 대체적으로 동물원이나 사육시설에 있는 새들은 야생에 있을 때보다 기대수명이 길다고 알려져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해안에 살고 있는 아프리카펭귄 출처 위키커먼스, By Paul Mannix

야생 펭귄이 얼마나 오래 사는지를 연구한 기록은 이제까지 2건 뿐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연구진은 케이프타운 해안에 서식하는 아프리카펭귄(African Penguin)에게 1971년부터 알파벳과 4자리 번호를 새긴 금속고리를 날개에 달아주었다. 1979년까지 1만 4,479마리의 펭귄을 관찰한 결과 총 23마리가 20년 이상 생존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오래 생존한 ‘P6593’ 펭귄은 1972년부터 27년간 살다가 1999년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었다.

세종기지 펭귄마을에서 번식 중인 턱끈펭귄. 날개에 칠레연구진이 달아준 금속 고리를 달고 있다. 출처 정진우

호주 필립 섬의 연구자들은 1968년부터 약 4만 4,000 마리의 쇠푸른펭귄(Little Penguin)에게 밴드를 달아주었다. 이 가운데 1977년생 펭귄은 1998년 4월 붉은여우에게 잡아 먹히기 전까지 20년간 살았다. 그리고 1976년생 펭귄은 2001년 살아있는 채로 확인되었으니 적게 잡아도 25년 이상 산 셈이다.

필자는 펭귄 연구를 시작한지 이제 3년 정도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수명에 대한 데이터가 없다. 하지만 우연히 이전 연구자들이 남긴 흔적을 찾았다. 2014년 번식 중인 턱끈펭귄으로부터 수거된 금속고리를 수소문해보니 현재 경희대 혜정박물관의 김도홍 박사가 2001년 턱끈펭귄 유조에게 달아준 것으로 보인다. 대략 14년 이상 사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여순 여섯 해를 살고 있는 위즈덤(Wisdom)과 새끼의 모습. 출처 위키커먼스, By Kiah WalkerUSFWS Volunteer

그렇다면 가장 오래 사는 새는 어떤 종일까. 문헌자료에 따르면 레이산 알바트로스(Laysan Albatross)가 최고령이다. 미국 조류학자 챈들러 로빈스는 1956년 하와이 호놀룰루에서 북서쪽으로 약 1,930㎞ 떨어진 미드웨이 섬에서 5년생으로 추정되는 레이산 알바트로스 암컷의 다리에 가락지를 달아 주었다. 46년이 지난 2002년 로빈스는 미드웨이 섬에서 같은 새를 다시 만났다. 나이가 들었지만 여전히 건강한 모습을 보고 ‘위즈덤’이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다. 올해 66세인 위즈덤은 알을 낳아 새끼를 키운 것이 확인됐고 98세 로빈스 역시 현역으로 조류 연구를 하고 있다.

▦오디오클립 '이원영​의 남극일기' 28회, '펭귄은 얼마나 오래 살까'에서 구술된 내용을 토대로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이원영 극지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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