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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분쟁은 ‘실업 떠넘기기’ 전쟁… 증시, 박스권 탈출 쉽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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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분쟁은 ‘실업 떠넘기기’ 전쟁… 증시, 박스권 탈출 쉽지 않을 듯

입력
2018.07.23 18:00
수정
2018.07.23 18:5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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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이 난감한 처지다. 1월 2,600선을 넘어섰던 주가지수가 최근엔 2,300선 안팎을 맴돌고 있다. 아시아권의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특히 우리나라가 투자를 많이 한 중국과 베트남 주가는 연중 최고 대비 20% 이상 하락했다. 유럽 쪽 주가도 곤혹스런 상황이다. 다만 미국 나스닥 주가는 연중 최고치 수준이고 S&P 500의 하락 정도도 연중 최고 대비 3.3%에 그쳤다. 적극적 기업유치로 성장률을 높이고, 무역수지 적자를 예상보다 줄인 미국 경제의 위상이 부각된 셈이다.

올해 대다수 국가의 주가 흐름 약화는 무역분쟁 때문인데, 무역분쟁은 향후 세계경기 전망과 연관해 봐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또는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세계경제 둔화를 예상하고 있다. 때문에 각국은 향후 경기 둔화에 대비하기 위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각국은 수출을 늘리고 수입을 줄여야 한다.

교과서에서 수출은 재화와 용역을 다른 국가에 판매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수출은 수출국가의 실업을 수입국가에 전가하는 것이다. 때문에 수출입 불균형이 지나치게 커지면 결국 사단이 난다. 부연하면 적자가 많은 국가의 일자리는 그만큼 줄고 국가부채가 늘며 가계가 위태로워진다. 사실 2008년 금융위기의 근원도 파생상품이 아니라 지나치게 많은 미국의 적자(그만큼 일자리를 외국에 내줬다)와 이로 인해 늘어난 미국 가계부채가 파생상품에서 문제를 발생시킨 뒤 결국 세계 경제를 파국으로 빠뜨렸다고 보는 게 맞다. 반면 1985년에는 플라자 합의를 통해 서독과 일본이 환율을 절상시킨 데 따라 미국의 적자는 줄었고 세계경제는 선순환했다.

따라서 흑자를 많이 내는 국가는 세계경제의 안녕에 기여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중국은 그렇지 못했다. 중국은 지난해 미국으로부터 3,752억 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냈다. 이는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66%에 해당된다. 올 상반기에도 중국의 대미 수출과 흑자는 늘었다. 이러한 가운데 무역분쟁이 불거지자 위안화 가치가 절하됐다. 미국으로서는 위안화가 절상돼도 부족할 판에 위안화가 절하됐으니 참기 힘들다. 더구나 관세의 경우 미국은 평균 2.5%인데 반해 중국은 14%다.

중국도 거래가 불공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흑자의 대부분을 미국에 의지하고 있는 중국은 미국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는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주택을 중심으로 한 투기로 인해 자산 거품도 심하다. 만약 대외수지에서 문제가 생기면 중국 경제는 곧바로 타격을 받게 된다. 때문에 중국은 미국에 소극적 저항이라도 해야 한다.

향후 무역분쟁은 상당히 오랫동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우리 기업들의 이익증가 가능성을 낮출 것이다. 다만 현재 주가는 이익가치나 자산가치에 비해 낮고, 절대 금리수준도 낮은 긍정적인 점도 있다. 결국 이 모든 것을 감안하면 증시는 상당 기간 일정 범위에서 주가 등락, 소위 박스(box)권 주가 흐름이 이어질 듯싶다. 전 IBK투자증권 사장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사장
신성호 전 IBK투자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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