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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채무제로 덕분에 가능해진 교육복지

입력
2017.07.10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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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 중학교 교장 선생님이 시장실을 방문했다.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는 그 선생님은 퇴임 전 마지막 소망이라며, 학생들에게 책을 읽을 만한 환경을 갖춘 도서관을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도서관이 있긴 하지만 시설이 너무 열악해 도저히 학생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다. “적극 검토해 보겠다”고는 했지만 마음이 무거웠다. 용인시의 빚이 너무 많아 제대로 교육투자를 할 수 없었다.

2014년 7월 취임 당시 용인시의 빚은 가히 천문학적이었다. 전국 지자체 최고인 8,000억원 대의 빚을 안고 파산위기에 몰렸다. 하루 이자만 1억원이 넘었다. 그 어느 사업도 마음 놓고 펼칠 수 없었다. 그래서 시정의 최우선 목표를 빚 갚는 데 둘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2년 반이 흐른 지난해 말, 드디어 해냈다. 채무제로를 달성한 것이다. 공무원들은 각종 수당과 복지비를 삭감하고 월급 인상분도 반납하는 등 고통을 분담했다. 대규모 사업은 축소하고 빚더미의 주범이던 경전철과 역북지구 활성화에 전력투구한 결과 당초 목표보다 2년을 앞당길 수 있었다.

이제 빚 때문에 손대지 못했던 시민의 숙원사업을 해결해야 할 차례다. 채무제로에 따른 효과를 시민에게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최우선 순위에 둔 것이 바로 교육복지다.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갈 어린 학생들이 보다 좋은 환경에서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앞에 든 교장 선생님의 예도 그렇지만, 용인시에는 학교시설이 너무나 열악한 곳이 많다. 화장실부터 교실 냉난방기, 물 새는 강당, 진입도로 안전시설 등 손댈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그래서 올해 학교지원예산을 취임 당시의 6배 가량으로 대폭 늘렸다. 지난해 시장실에 들른 교장선생님의 ‘마지막 소원’도 들어줄 수 있게 됐다.

최근 취임 3주년을 맞아 발표한 중ㆍ고등학교 신입생 무상교복 지원방안도 교육복지 확대의 일환이다. 요즘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들은 수업료는 물론 각종 사교육비 부담에 허리가 휠 정도로 매우 힘들다고 한다. 월급만으로는 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남편은 퇴근 후에 대리운전을 하고, 부인은 식당 아르바이트를 하는 부부도 있다고 한다. 교복 값도 만만찮다. 한창 자라는 학생들에게 2벌 이상은 마련해줘야 하기 때문에 적잖은 부담이라고 한다.

그래서 학부모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추진한 게 무상교복 지원이다. 무상교복을 주면 교육예산을 너무 늘리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다. 그러나 급식비를 제외한 올해 용인시의 학교지원 예산은 본예산의 1.0%에 불과하다. 수원이나 성남 등 인근 시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부모 소득에 상관없이 모든 중ㆍ고등학교 신입생에게 지원하는 데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사람도 있다. 이른바 보편적 복지, 선별적 복지에 대한 논란이다. 그러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만 차등 지원하는 것은 감수성이 예민한 아이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줄 수 있다. 차별과 배제 없이 평등하게 교육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게 나의 소신이다. 교육이야말로 ‘백년대계’ 아닌가.

정찬민 용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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