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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냉난방을 덥다 춥다로 결정해서야

입력
2017.07.1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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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요지경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집단을 이루며 사는 이 사회는 당연히 매우 복잡하게 마련이다. 거의 모든 사안에 대해 온갖 의견이 난무하는 것은 현대사회의 가장 기본적인 특징 중 하나이다. 사회정의나 윤리 등 당위성에 해당되는 의제를 두고도 언제나 옥신각신하는데, 그 밖의 이슈들은 말할 것도 없다. 너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하는 세상. 요즘 시대에 여기에 토를 다는 것처럼 촌스러운 일도 없다.

의견이 다르다는 건 그렇다 치고, 그러면 느낌이나 취향은? 개인적인 영역이기에 더더욱 다양하고 그래서 더더욱 논외대상이 아닌가? 물론 그렇다. 사람은 저마다 호불호가 다르고 같은 것을 두고도 느끼는 바가 다르지 않나. 하지만 정치적 의견이 달라도 공정한 선거결과에 승복해야 하듯이, 느낌이나 취향의 차이도 때로는 합의나 조정을 일궈내어야 한다. 특히 그 다양한 사람들이 한데 모이는 공공장소와 같은 곳에서 뭔가를 결정해야 할 때에는 더욱 그렇다.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 자체를 부정해서가 아니라, 그 다름을 부득이하게 고려할 수 없거나 어려운 사항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온도이다. 너무도 당연히 실내 공간의 온도를 동시에 여러 도로 맞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데 모든 시설관리자나 교통수단 운전자가 지금 이 순간에도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듯이 누구는 덥다 누구는 춥다고 늘 아우성이다. 매일 같이 몰아치는 온도 관련 민원 때문에 지하철은 냉방 및 송풍에 관한 안내방송을 수시로 내보내고 있다. 얼핏 들으면 냉방기를 가동하고 있다는 뻔한 얘기를 왜 하느냐 싶지만, 이 방송의 진짜 의미는 “우리가 알아서 하고 있으니 제발 불평불만 좀 그만해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저마다 다른 느낌이나 취향을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아니 역부족이 아니라 불가능하다. 이 문제를 온도에 대한 주관적 의견의 총체로 보는 이상 어떤 ‘평균치’를 산출할 수는 있어도 그것이 사회적인 조정의 역할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어떤 온도로 설정하더라도 그 설정의 근거를 개인적 ‘추워요’나 ‘더워요’라는 느낌의 배수에 두게 되면 합리적인 준거 없이 단순히 어떤 주관성의 크기에 따라 결정하는 셈이 되는 것이다.

온도 설정의 합리적 근거는 의견이나 취향의 함수관계가 아닌, 계절의 순환에 따른 자연스러운 온도의 변화 그리고 지구환경이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이라는 비주관적 논리에서 찾아야 한다. 계절마다의 온도 자체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여름은 덥기 때문에 실내온도는 그 더위를 약간 누그러뜨린 정도로, 겨울은 춥기 때문에 그 추위를 약간 누그러뜨린 정도로 맞춰져야 한다. 그 근거는 계절순환의 자연적 원리에 따르는 데에 있다. 특정 계절의 야외활동에 맞는 복장을 기준으로 실내에서도 특별히 벗거나 껴입지 않아도 되게끔 설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여름철인데도 추위를 걱정해야 하거나, 겨울철인데도 더위를 걱정해야 하는 일이 없도록 온도는 그 계절의 자연스런 범위를 따르는 것으로 공표하고 민원에 의해 좌지우지 되어서는 안 된다.

자연의 순환만큼 또는 더 중요한 객관적 근거는 기후변화와 이에 대한 우리사회의 대응에 있다. 몇 년 전 자료에 의하면 8월 한 달 동안 지하철 1~4호선의 냉방에 드는 전력은 400만㎾로 가정집 평균 사용량의 만 배 이상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전 세계가 동참한 파리 기후변화협약도 정식으로 발효된 마당에 덥다 춥다 하는 그때그때의 개표상황에 맞춰 냉난방을 결정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다. 이 작은 땅덩어리의 나라가 탄소 총배출량 세계 7~9위로 기염을 토하고 있는 상황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전력소모와 탄소배출을 줄이는 논리가 온도설정의 핵심근거가 되어야 함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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