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수요가 많은 학과 증원, 신설
대학 19곳에 3년간 6000억 지원
사업비 10% 기초학문에 쓴다지만
인문학과의 고사 위기 우려 증폭
정부가 기업의 수요가 많은 학과를 신설 및 증원하고 수요가 적은 학과를 폐지하는 등 정원 조정에 나서는 대학에 2018년까지 해마다 총 2,0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졸업자가 쏟아지는 대학과 인력난에 허덕이는 산업현장의 ‘수요-공급 불일치’를 해소를 목표로 한 대학 구조조정 방안이다. 취업률이 낮은 인문학의 위기는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는 29일 이런 내용의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프라임ㆍPRIME)’ 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3년 간 총 6,000억원을 지원하는 현 정부 최대 규모 대학지원책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대학과 산업현장 간 인력공급 불일치 문제를 해소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중장기 인력수급 전망에 맞게 대학의 체질을 개선하고 배출 인력의 현장실무 능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지원 대상을 인력조정 규모에 따라‘사회수요선도대학’과 ‘창조기반선도대학’으로 이름 붙였다. 사회수요선도대학은 사회ㆍ산업수요 중심으로 학사구조를 개편하고 캠퍼스 또는 대학 간 정원을 조정하는 대학이다. 해당 대학은 진로ㆍ취업 중심으로 학과 개편을 하고 연계ㆍ복수전공이 수월한 학생 중심으로 학사구조를 개선을 해야 한다. 2017년도 입학정원을 내년보다 10% 또는 200명 이상 조정해야 한다. 수도권(최소 2곳)과 비수도권(4곳)을 나눠 총 9개 학교 정도를 선정하며 연간 학교당 300억원 등 연간 최소 1,500억원씩 지원한다. 창조기반 선도대학은 신기술ㆍ직종, 융합전공 등 미래 유망산업을 중심으로 학과를 재편하고 창업학과나 대학-기업 공동 교육과정 같은 모델을 도입하는 학교다. 입학정원을 2017년까지 내년 대비 5% 또는 최소 100명을 조정해야 한다. 전국 5개 권역에서 총 10개 대학을 선정해 한 곳 당 연 평균 50억원 씩 지원한다.
산업현장에 필요한 인력 배출에 무게를 둔 만큼 이공계 위주로 학과 정원이 늘어나고 이른바 ‘문사철’ 관련학과의 정원 감소가 예상된다. 실제 최근 중앙대는 프라임 사업에 대비해 예술대 정원을 최대 200명 줄이는 대신 전공별 장벽을 허무는 ‘글로벌융합대학’(가칭)을 신설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하대는 철학과와 프랑스언어문화학과를 폐지하는 등 인문학과를 축소하는 개편안을 내놓았다가 학내 반발에 부딪혀 철회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 같은 점을 감안해 프라임 사업에 선정된 대학은 사업비의 10% 이상을 기초학문 지원과 육성에 쓰도록 했다. 이와 함께 축소ㆍ폐지되는 학과의 학생들이 원할 경우 기존 전공 및 교육과정을 학교가 유지하도록 했고, 교원 보호 대책도 마련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류병래 전국 국ㆍ공립대 인문대학장 협의회장은 “인문학 보호를 위한 정부의 고민이 어느 정도 엿보이지만 근본적 해법이 되기는 어렵다”며 “대학들이 지금처럼 ‘사업을 무조건 따고 보자’는 식으로 접근한다면 인문학 고사위기를 부채질 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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