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설 국무위에 외교통 2명 포진… 병진노선, 평화협정 나팔수 전면에
조평통 국가기구로 격상해 통일부 겨냥, 대남 유화공세 총력전
북한이 29일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국무위원회를 신설하고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를 국가기구로 격상하면서 한층 공세적인 대외관계를 예고했다. 병진노선을 통한 핵 보유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들 ‘쌍두마차’를 전면에 내세워, 평화협정과 남북대화를 강조하면서 주도권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최고권력기관인 국방위원회를 대체한 국무위원회에는 외교통인 리수용 국제담당 당 중앙위 부위원장과 리영호 외무상이 포진했다. 과거 국방위가 군부인사 일변도로 채워졌던 것과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다. 최진욱 통일연구원장은 30일 “외교라인의 투 톱인 ‘리수용-리용호’가 국무위원에 발탁되면서 북한에서 대외관계의 비중과 위상이 훨씬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북한은 대외적으로 병진노선을 앞세우며 줄곧 비핵화를 거부하고 있다. 동시에 평화협정 체결의 정당성을 강변하며, 중국이 종용하는 ‘비핵화-평화협정 병행추진’마저 무시하는 상황이다. 리 부위원장은 지난 4월과 5월 각각 유엔과 중국을 방문해 이 같은 병진노선의 나팔수로 나섰다. 리 외무상은 이달 말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데뷔전을 치르며 북한의 기존 입장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잇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면서, 상당 기간 북한이 외교적 입지를 구축하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아 보인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지금 국면에서는 쉽지 않지만, 북한이 체제 정비를 마친 만큼 어떻게 제재 문제를 풀어나갈 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외교라인 전면 배치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정상외교 역시 시간이 좀더 걸릴 전망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대외적으로 북한을 대표하는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그대로 존치된 것으로 보아, 김정은이 해외 정상과의 외교에 적극 나설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북한은 이와 함께 외곽기구인 조평통을 공식 국가기구로 승격시켰다. 정부 관계자는 “조평통이 기존 노동당 통일전선부의 역할을 도맡아 대남정책과 남북대화 업무를 모두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통일부와 같은 기능의 정부조직인 셈이다. 정 실장은 “대남 평화공세와 남북 당국대화 모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로써 남북대화에 앞서 걸림돌이던 회담 대표의 ‘격’ 문제는 자연스레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통일부의 파트너로 마땅한 북측 행정기관이 없어 통일전선부장을 지목한 반면, 북한은 우리측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대화 상대로 고집해 늘 신경전을 벌였다. 그로 인해 2013년 당국회담은 개최 직전에 무산됐고, 지난해 8월 지뢰도발 때는 ‘2+2’ 고위급접촉이라는 변형된 방식으로 ‘격’ 문제를 피해갈 수 있었다.
이처럼 북한이 대남창구의 격을 높이고 조직을 정비하면서 훨씬 집요한 대화공세가 예상된다. 특히 비핵화를 대화의 선결조건으로 앞세우고 있는 우리 정부를 상대로 북한은 유화공세를 앞세워 남남분열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북한이 당의 우위를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있어, 정부기구인 조평통의 역할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최 원장은 “과거에도 북한은 여러 번 조직을 개편했지만 그에 따라 남북관계가 바뀌진 않았다”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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