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창업주 김정주 NXC 회장이 지난 주말까지 모두 세 차례의 검찰 소환조사를 마쳤다. 진경준 검사장에게 120억 원의 ‘주식 대박’을 안긴 넥슨 비상장주식을 뇌물로 공여한 혐의 등에 관한 피의자로서다. 김 회장이 주식을 준 시점은 2005년이다. 제네시스 승용차 제공 시점도 2008년이다. 모두 뇌물공여죄 공소시효 7년을 넘겼다. 그러나 검찰은 2010년을 전후 한 진 검사장 가족여행 경비 제공 혐의는 물론, 과거 김 회장과 넥슨이 관련된 형사사건들까지 함께 살피고 있어, 그가 사법처리를 피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넥슨 스캔들’은 진 검사장과의 불투명한 관계에 그치지 않는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의 역삼동 땅 매매 건도 의혹 투성이다. 넥슨 측은 당시 매입 거래가 넥슨코리아 대표의 주도로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NXC를 통해 넥슨을 100% 지배하고 있는 김 회장이 무려 1,300억 원이 넘는 부동산 거래에 개입하지 않았고, 우 수석과도 모르는 사이라는 얘기는 믿기 어렵다. 또 2005년 당시 가치 1조560억 원에 달한 넥슨코리아를 40억 원에 넥슨재팬에 넘겨 당시 모회사 넥슨홀딩스에 1조520억 원의 손해를 입힌 배임 혐의 등에 대한 투기자본감시센터의 고발도 수사가 불가피해졌다.
김 회장은 20대에 넥슨을 창업해 10여 년 만에 매출 1조원에 이르는 게임 벤처 성공신화를 써왔다. 하지만 그 성공은 신선한 창의나 도전 대신 냉혹한 머니게임으로 거머쥔 것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게임 콘텐츠 개발보다는 남이 개발한 걸 인수ㆍ합병(M&A)하는 방식에 주력했다. 넥슨 도약의 분기점이 된 게임 ‘메이플 스토리’부터 그랬다. 일본 닌텐도가 게임에 증강현실(AR)을 접목한 ‘포켓몬 고’로 게임산업의 혁명을 준비하던 사이, 넥슨은 사용자 과금 체계 개발에 주력해 ‘돈슨’이라는 악명까지 얻었다.
다른 벤처기업들은 진작 기업을 공개해 성과의 일부나마 직원들과 공유했지만, 넥슨은 상장을 미루며 철저히 ‘황제경영’에 집착했다. 국내에서 각종 정책적 지원을 받았지만, 정작 본사는 2011년 일본 상장과 함께 그곳으로 옮겨 한국을 이탈한 게임기업 1호가 됐다. 사회적 기여는 빈약했다. 비즈니스 세계는 이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글이다. 따라서 그에게 무리한 윤리적 잣대를 들이대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윤리 결여 때문에 김 회장은 보다 진취적이고 건전한 기업가 상을 세우는 데 실패했다. 김 회장에 대한 사업처리가 그 자신과, 그의 방식을 좇으려는 신진 기업가들에게 경종을 울려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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