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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보미, 노동자로 존중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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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보미, 노동자로 존중받을 수 있을까

입력
2018.06.26 04:4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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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성 인정” 법원 판결에

여가부도 처우 개선 발표했지만

체불임금 많고 항소 가능성 있어

정부ㆍ센터ㆍ돌보미 갈등 확산 조짐

유사 종사자에도 영향 가능성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저소득층이나 맞벌이가정 자녀를 돌봐주는 아이돌보미의 ‘근로자성’이 인정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전국 2만여명에 이르는 아이돌보미들이 일제히 꿈틀대고 있다. 근로자냐 아니나를 두고 수년간 이어져온 논란에 법원이 근로자라고 손을 들어주면서 지금까지 받지 못한 연장근로수당 등을 한꺼번에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들을 위탁 고용한 여성가족부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발을 빼고 있어, 체불임금을 직접 물어야 할 수 있는 위탁기관들과의 갈등으로도 번질 조짐이다.

여가부는 아이돌보미들의 근로자로서 권리를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 내 별도 처우개선대책을 마련해 발표하겠다고 25일 밝혔다. 광주지방법원이 아이돌봄 위탁 사업자인 광주대 산학협력단 등에게 2013년1월~2016년1월까지 광주지역 아이돌보미 163명에게 지급하지 않은 휴일ㆍ연장근로수당 등 체불임금 4억여원을 지급하라고 지난 22일 판결한 데 따른 조치다. 휴일ㆍ연장 근로수당은 근로기준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권리여서, 법원이 아이돌보미도 근로자로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이돌보미의 근로자성 인정을 둘러싼 갈등은 5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2013년 고용노동부가 ‘아이돌보미의 근로자성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사실상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유권해석을 내렸음에도 여가부는 아이돌봄지원법 시행규칙에서 표준계약서를 근로계약서로 변경하지 않았다. 아이돌보미는 이용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계약을 맺고 일을 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 때문에 각종 수당 지급을 두고 여가부 예산을 지원받아 아이돌보미를 채용하고 사실상 관리하는 건강가정지원센터와 돌보미간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판결로 아이돌보미가 ‘근로자’로 인정 받았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여가부는 일단 법원의 판단을 존중해 아이돌보미 처우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항소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봉근 공공연대노조 정책국장은 “여가부는 그간 아이돌보미 처우 관련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이번 판결을 지켜보겠다는 답을 해왔다”며 “항소 포기를 포함해 주무부처가 전향적 입장 변화를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소송 외에 전국에서 1,700여명의 아이돌보미들이 유사한 형태로 체불임금 집단 소송을 하고 있는데다 현재 활동 중인 아이돌보미가 총 2만1,000여명에 달하는 상황이어서 체불임금을 지급해야 하는 현장 센터들의 불안감은 확산되고 있다. 수도권 지역의 한 센터장은 “센터는 여가부 사업을 위탁 받아 지침에 맞게 운영했을 뿐인데 수억원의 체불임금을 지급해야 할까 두려움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아이돌보미 뿐 아니라 유사한 사업 종사들까지도 영향이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센터장은 “아이돌봄사업 뿐 아니라 유사한 형태로 센터에서 위탁 받아 운영하는 다문화 방문교육지도사들도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는데 여가부는 묵묵부답”이라며 “이러다가 모든 체불임금을 센터들이 떠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와 관련, 김성철 여가부 가족문화과장은 “(체불임금 지급 주체 등은) 위탁기관과 지방자치단체, 예산 당국 등과 협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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