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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서울과 서라벌, 그리고 불교

입력
2018.04.11 08:19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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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는 천 년 도읍이 두 곳 있다. 첫째는 경주로 이곳은 992년간 천도 없이 유지된 신라의 수도이다. 이렇게 한 도시가 천 년의 위상을 유지하는 경우는 인류 역사 속에서 로마ㆍ파리ㆍ이스탄불ㆍ교토 정도만 거론된다. 둘째는 서울이다. 서울은 이성계가 1392년 공양왕에게 양위 받아 개경의 수창궁에서 즉위한 후, 1394년 천도를 단행하면서 수도가 된다. 즉 현재까지 620년이 넘는 오랜 역사의 도시가 서울이다. 그런데 왜 서울이 천 년도 읍이 되는 것일까? 그것은 서울에는 기원전 18년부터 475년에 이르는 한성백제 시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서울은 물경 1100년의 수도가 되어 오히려 경주를 앞서게 된다. 참고로 수도(首都)란, 으뜸된 도시라는 의미다.

서울이 한강이나 한성으로 불리는 것은 모두 한강 때문이다. 한강에서의 한(漢)이란, 본래는 하늘을 흐르는 은하수를 의미한다. 은하수는 남북으로 흐르는데, 이를 한자로 ‘漢’이라고 한다. 한강은 동서로 흐른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북한강과 남한강을 더하면 남북으로 흐르는 측면도 있다. 이러한 남북의 흐름 때문에 은하수라는 의미의 명칭이 사용되는 것이다.

서울을 나타내는 명칭 중 한성이란, 한강을 끼고 있는 성곽도시라는 의미다. 또 한양이란, 한강의 북쪽을 뜻한다. 양이란 강의 위쪽 즉 양지라는 의미로 강북을 가리킨다. 과거 조선의 4대문 안이 모두 강북임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실제로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같은 서울 사람이라도 4대문 안 사람이냐, 아니냐를 따지곤 했다. 즉 4대문 안에 살아야 진짜 서울 사람이라는 것이다.

참고로 강북이 양이라는 것은 강남은 반대로 음이라는 의미다. 오성과 한음으로 유명한 이덕형의 호가 한음(漢陰)인 것도 이덕형이 강남 사람, 즉 강남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요즘에야 강남이 단연 좋지만, 예전에 강남이란 제대로 된 사람들이 사는 곳이 아니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오늘날 강남의 발전은 실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서울이라는 명칭은 무슨 뜻일까? 먼저 눈 울타리를 뜻하는 ‘설(雪)+울’에서 나온 것이라는 설이 있다. 이성계가 수도를 천도할 때, 정도전과 무학대사 간에 유교와 불교의 성세와 관련된 입장 차이가 발생한다. 이때 두 사람은 며칠 뒤 눈이 올 것을 미리 알고는 눈이 쌓이는 것을 경계로 도성을 삼기로 한다. 즉 하늘의 뜻에 맡기자는 것이다. 결국 정도전이 이겼고, 때문에 불교는 숭유억불의 시대를 보내야 했다고 한다. 이게 서울이라는 명칭에 얽힌 설화다. 그러나 이는 다분히 전설적인 이야기에 불과하다.

사실 서울이라는 명칭은 경주와 통한다. 경주의 옛 이름인 서라벌이 서벌로 축약되어 서울이 되었기 때문이다. 서라벌이 너무 오랫동안 수도이다 보니, ‘서라벌=수도’라는 대명사적인 의미가 만들어져 서울로 연결되는 것이다. 마치 이슬람의 중심 도시 메카가 대명사로도 사용되는 것과 같은 현상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서라벌과 서울이라는 두 천년 도시는 서로 연결돼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서라벌은 어디에서 유래한 말일까? 언뜻 보기에 순우리말 같지만 놀랍게도 이 명칭은 고대 인도에서 유래한 것이다. 붓다는 코살라국의 기원정사에서 19∼25년간을 머무셨는데, 이 기원정사가 위치한 도시가 바로 슈라바스티(Śrāvastī)다. 이를 동아시아에서 음역한 것이 실라벌(室羅伐)인데, 이러한 슈라바스티와 실라벌이 변화한 것이 바로 서라벌과 신라다. 즉 불교를 타고 인도의 지명이 우리나라에까지 전해진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서울은 경주와 더불어 불교와도 인연이 깊은 도시다.

자현 스님ㆍ중앙승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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