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바닥 없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국제 유가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 해제로 더 떨어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배럴당 20달러대 중반이 무너지는 것을 시간문제로 보고 있다.
정부와 정유업계는 17일 경제 제재가 해제된 이란이 당장 국제 원유시장에 쏟아낼수 있는 물량을 최대 6,000만 배럴로 추정하고 있다. 이란은 경제 제재가 풀릴 경우 국제 원유 시장에서 그동안 잃어버렸던 점유율을 빠른 시간 내 되찾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하루 280만배럴의 원유를 생산하는 이란은 2012년 미국의 국방수권법 시행 이후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터키 등 일부 예외국가에만 하루 100만 배럴씩 수출했다. 그런데 이 물량을 제재 해제 이후 하루 200만 배럴로 두 배 늘리겠다는 것이다. 메흐다 알살리 석유수출국기구(OPEC) 이란 대표는 16일(현지시간) “제재가 해제되자마자 산유량을 하루 50만배럴 늘리고 이후 짧은 시일 안에 하루 50만배럴을 더 생산하겠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이미 공급 과잉인 국제 원유 시장에 공급량이 더 넘치게 돼 유가가 더 떨어질수 밖에 없다. 이미 국제 유가에 이 같은 우려가 반영되고 있다. 지난 15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산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배럴당 29.42달러로 전일 대비 1.78달러 떨어졌다. WTI가 배럴당 30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03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같은 날 북해산 브렌트유도 전날보다 1.94달러 하락해 배럴당 28.94달러에 마감했다. 두바이유 역시 배럴당 0.90달러 떨어진 26.34달러다.
그런데도 OPEC는 중동 산유국들의 갈등과 엇갈리는 이해타산 때문에 생산량 조절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경기 둔화도 유가 하락을 부채질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지난 14일 원유 값이 떨어져도 자국 산업 보호와 청정 에너지 사용을 늘리기 위해 휘발유값을 내리지 않는 가격 하한제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렇게 되면 중국내 유류 소비가 더 줄어들어 유가를 더 끌어내릴 가능성이 높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원자재팀장은 “이란의 국제 원유시장 복귀에 따른 쇼크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20달러대 중반까지 하락할 수 있다”며 “18일 오전 8시 아시아 시장이 열리면 매도가 쇄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오 팀장은 “유가가 추가로 하락하면 저가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어서 첫 쇼크가 가시면 국제유가가 반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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