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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언론의 위험한 편향성

입력
2016.11.1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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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과 관련한 가장 유명한 사진은 1948년 해리 트루먼의 대선 승리 포즈다. 트루먼이 승리가 확정된 11월3일 세인트루이스 유니언역에서 중부 지역의 유력지인 시카고 트리뷴을 들고 활짝 웃는 장면이다. 트루먼은 ‘듀이, 트루먼을 꺾다(Dewey Defeats Truman)’라는 헤드라인이 대문짝 만하게 인쇄된 초대형 오보를 비꼬듯이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신문을 펼쳐 보였다. 트리뷴은 당시 초반 서부지역 개표 결과만을 토대로 기사를 작성했다.

▦ 물론 당시 여론조사도 공화당 토머스 듀이 후보의 우세를 점쳤고, 민주당 우파 일부가 트루먼 정책에 반발해 탈당하는 등 내분을 겪던 시점이라 듀이의 승리가 기정사실처럼 떠돌기는 했다. 트리뷴이 있을 수 없는 오보를 양산한 데는 이런 환경과 함께 편향성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트리뷴은 루스벨트 대통령 시절부터 미국의 고립주의와 반 뉴딜정책의 선봉에 선 보수지로 공화당 색채가 짙었던 게 신중하지 못한 신문제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예상치 못한(?) 승리로 주류 언론이 많이 머쓱해졌다. 유력 신문방송은 예측 실패에 대한 해명을 하기에 바쁘다. 뉴욕타임스나 ABC, CNN같은 주요 언론 대부분이 개표에 앞서 당선 예측 프로그램을 가동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90% 이상으로 보도했고, 10여개 유력 언론의 여론조사 가운데 트럼프를 찍은 곳은 LA타임스가 유일하다. 미국 언론들은 저학력 백인의 샘플링 미흡이나 인구학적 지형변화에 대한 대응 미비 등 기술적 측면을 지적하지만 예측 실패의 이유는 다른 곳에도 있지 않나 싶다.

▦ 세 차례의 대선 토론 과정에서도 주류 언론은 클린턴의 승리라고 소리 높였다. 정작 인터넷 기반의 비주류 언론은 트럼프 손을 들면서 민심 왜곡에 대한 의심이 적지 않았다. ‘불한당’‘망나니’ 트럼프가 미국을 대표할 수 없다는 선악적 시각, 트럼프의 백악관은 미국은 물론 세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엘리트 관념이 선거 예측이나 보도에 적잖이 스며들지 않았나 싶다.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이나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가 작용하지 않고서야 원숭이가 찍어도 절반은 맞출 대선 결과를 죄다 틀릴 수 있겠나.

정진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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