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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국에선 왜 수입 버스를 보기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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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국에선 왜 수입 버스를 보기 어려울까?

입력
2017.10.25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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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버스월드'에서 선보인 메르세데스 벤츠 시타로 하이브리드 버스. 사진=조두현 기자
'2017 버스월드'에서 선보인 메르세데스 벤츠 시타로 하이브리드 버스. 사진=조두현 기자

벨기에 코르트리크에서 일주일간 열린 ‘2017 버스 월드(Busworld)’가 지난 25일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유럽에 진출한 70여 개의 버스 업체가 새로운 모델과 함께 첨단 미래 기술을 뽐내는 자리였다. 만(MAN), 볼보, 스카니아, 다임러, 이베코 등 대부분 유럽 브랜드가 주축을 이루는 가운데 중국 업체의 강세가 돋보였다. 중국에선 BYD, 유통(Yutong), 골든 드래곤 등 유럽 시장 진출을 노리는 총 31개의 버스 및 부품 업체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상용차 업계에서도 최근 화두는 ‘친환경’이다. 행사에 참여한 업체들은 전기, 바이오 연료, 하이브리드 등 디젤 버스를 대체할 친환경 버스를 대거 선보였다. 볼보버스는 순수 전기 저상버스인 7900을 내놓았고, BYD도 전기로 움직이는 e-버스를 공개했다. 스카니아는 바이오 가스와 에탄올 버스 등을 자랑했다. 만(MAN)버스 역시 콘퍼런스에서 앞으로의 전기 버스 전략을 내비치면서 내년에 전기 버스를 공식 출시할 것을 밝혔다.

친환경 파워트레인 이외에도 유럽 특유의 실용성과 배려가 담긴 다양한 장치들도 눈에 띄었다. 장거리 여행용 버스엔 전자 기기 충전을 위한 USB 포트와 220V 콘센트가 달렸고, 화장실과 작은 부엌, 테이블도 마련됐다. 승용차처럼 좌석의 위치를 버튼으로 조절할 수도 있다. 도심용 저상버스에는 휠체어와 유모차를 배려한 공간이 별도로 마련됐고, 승하차 문에 시각장애인을 배려한 손잡이가 있는 버스도 있다. 승객의 안전을 위한 긴급 제동 장치와 차선 이탈 경고 장치는 당연하다는 듯 거의 모든 차에 기본으로 들어갔다.

만(MAN) 라이온스 시티 하이브리드 버스 내의 휠체어와 노약자를 위한 공간
만(MAN) 라이온스 시티 하이브리드 버스 내의 휠체어와 노약자를 위한 공간

하지만 이런 버스는 왜 국내에서 만나기 어려울까? 우리나라 버스 시장이 작아서일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한국 버스 시장은 중국과 인도, 브라질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상용차는 총 25만 대 이상 팔렸는데, 버스만 6만5,000대에 달한다. 대부분 현대·기아차의 독점이다. 이 중 36명 이상 탈 수 있는 대형 버스는 8,000대 정도며, 시내버스도 매년 4,000대 가까이 팔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CNG 버스의 누적 대수는 2만6,669대로 전체 버스의 58.9%를 차지하며 그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다. 저상버스 수요 또한 늘고 있다. 2007년 시내버스 전체에서 3.4%에 불과했던 저상버스는 지난해 총 6,765대로 20%를 넘어섰다. 국토교통부는 오는 2021년까지 전국 시내버스의 42%를 저상버스로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외산 버스가 국내 시장에 진출하기 어려운 이유는 차체 규격 때문이다. 현재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국내 도로에 다니는 차의 높이는 4m, 너비는 2.5m, 길이는 13m를 넘어선 안 된다. 하지만 유럽 기준은 높이 4m 이상, 너비 2.55m, 길이는 무제한이다. 바꿔 말해 너비 5㎝ 차이로 수많은 유럽 버스가 국내 시장에 쉽게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스카니아 인터링크 LD 하이브리드 버스 내에 마련된 테이블
스카니아 인터링크 LD 하이브리드 버스 내에 마련된 테이블

현재 국내에 공식 진출한 수입 버스 업체는 만(MAN)트럭버스가 유일한데, 이마저도 태동에 불과하다. 만(MAN)은 지난해 ‘라이온스 투어링 버스’를 시작으로 ‘라이온스 CNG 버스’, ‘라이온스 더블 데커’ 등을 연이어 출시하며 라인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독일에서 생산한 차체 크기가 국내 법규에 맞지 않아 스페인에서 다시 제작해 들여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비용과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에 대해 국토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차체 규격은 각 나라의 도로 상황에 알맞도록 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높이는 육교와 터널, 길이는 회전반경, 너비는 도로 폭, 중량은 도로의 하중 등을 따져 가장 적합한 수치를 법규화해 제정했다. 최대한 국제적인 표준에 맞추기 위해 ‘자동차 규제 국제표준화 포럼(WP29)’의 것을 참고하고 채택하고 있지만, 도로의 사정이 바뀌지 않는 한 차체 규격과 관련된 법규에는 변동 사항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에서 만난 버스는 새로웠고 고급스러웠으며 실용적이었다. 물론 현대·기아차에서 만드는 버스도 상품성이 좋아 수출하고, 최근엔 비행기 일등석 부럽지 않은 프리미엄 고속버스도 등장했다. 국내 버스 시장은 승용차나 트럭과 달리 규제 덕에 보호 장벽 안에서 성장 중이며, 여기에 외산 업체가 팍팍한 빗장을 열고 들어가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다. 내년엔 당장 볼보가 하이브리드 버스를 내세우며 국내 시장에 새롭게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코르트리크=조두현 기자 joe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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