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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기자

등록 : 2018.02.08 17:41
수정 : 2018.02.08 19:18

[북 리뷰] 작은 가게가 거리를 숨쉬게 한다

호리베 아쓰시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

등록 : 2018.02.08 17:41
수정 : 2018.02.08 19:18

거리를 바꾸는 작은 가게

호리베 아쓰시 지음·정문주 옮김

민음사·200쪽·1만2,800원

일본 교토 번화가에서 떨어져 있는 한적한 마을 이치조지. 관광지와는 거리가 먼 이 곳에 ‘작은 가게’의 참된 가치를 지키는 서점 ‘게이분샤 이치조지 점’이 있다.

1982년 탄생한 ‘게이분샤 이치조지 점’은 현지인만 찾는 소박한 가게였지만 최근 영국 일간 가디언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서점 10‘에 이름을 올리면서 세계적인 서점이 됐다.

이치조지 점의 점주인 저자 호리베 아쓰시는 대형서점, 온라인 서점, 전자책 등 출판계의 역동적 변화 속에서 사양 산업으로 취급 받는 이 작은 서점을 보존, 확대했다. 가게 고유의 개성을 지키면서도 늘 새로운 시도로 주민 소통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만든 것이 비법이다. 그는 ‘서재 갤러리’라는 코너를 신설해 전시회를 꾸미고, 옆 점포에 의식주를 중심으로 한 라이프 스타일 관련 서가인 ‘생활관’을 증설했다. 서적 발매에 맞춰 과자, 도시락을 팔고 포장마차를 만들어 여는 등의 크고 작은 ‘잡화’ 이벤트는 고리타분한 서점을 생동감 있는 거리의 명물로 바꿔놓았다.

책은 저자가 서점을 보존시킨 노하우, 서점을 확장한 이력, 그 의미와 가치를 풀었다. 더 나아가 동네의 ‘작은 가게’들이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이 가게들이 왜 계속 존재해야 하는지, 소비와 유통의 미래에 대해서도 자문한다.

18년 된 앤티크 찻집 ‘마이고’는 애초 일본 전통 디저트 등도 취급했으나 길거리 찻집이 카페로 변해가는 풍조를 보면서 커피 외의 모든 서비스를 중단했다. 주인은 장소 사용의 목적에 주목하고 몇몇 단골에게 마실 것을 직접 들고 오게 하기도 했다. 또 하나의 상품군인 앤티크 물품은 지인의 소개를 받아 소장자의 집으로 매입하러 가거나, 즉석 판매회를 통해 구비했다. 시대에 역행하는 이 찻집은 희귀 물품을 찾았을 때의 기쁨을 고객에게 맛보게 하면서 사고파는 행위의 본질을 깨닫게 한다.

이 외에도 독특한 책 큐레이션이 돋보이는 서점 산가쓰쇼보, 양질의 중고CD를 취급하는 워크숍 레코드, 마을 사람들이 소통의 공간으로 활용하는 문화센터 나미이타 앨리까지, 작은 가게들의 고집스럽고 별스러운 운영 방식을 정리했다. 저자는 어느 지점에서나 똑같은 물건을 파는 프랜차이즈와 달리, 작은 가게는 거리 생태계와 밀접한 연관을 가진다고 말한다. 가게들이 서로 연계하는 과정을 통해 거리의 문화가 형성되고 영향력이 커진다는 것이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1982년에 탄생해 교토 이치조지의 명물로 자리잡은 동네 서점 ‘게이분샤 이치조지 점’의 외부 전경. 민음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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