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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드비터 주머니쥐

입력
2017.04.02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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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 오늘] 4.3

멸종된 줄 알던 리드비터 주머니쥐(사진은 새끼)가 1961년 4월 3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zoo.org.au
멸종된 줄 알던 리드비터 주머니쥐(사진은 새끼)가 1961년 4월 3일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zoo.org.au

지리 조건 덕에 특별한 동물들이 많은 호주의 각 주는 저마다 상징 동물들을 정해두고 있다. 퀸즈랜드의 코알라, 뉴사우스웨일즈의 오리너구리, 남호주의 웜뱃(Southern Hairy-nosed Wombat), 서호주는 넘뱃(Numbat, 주머니개미핥기), 태즈매니아는 태즈매니아 데빌(주머니 곰), 노던테리토리는 붉은 캥거루, 수도 준주는 갱갱앵무새(Gang-gang Cockatoo)…. 대부분 멸종 위기종이거나 생존 기반이 취약한 종이다. 빅토리아주가 1971년 3월 선택한 건 ‘요정 주머니쥐’로도 불리는 리드비터 주머니쥐(Leadbeater’s Possum)다. 역시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등급 분류상 ‘심각한 멸종위기종(CR)’이다.

리드비터 주머니쥐는 꼬리까지 몸 길이가 평균 33cm에 불과한 유대류로, 주머니하늘다람쥐과에 속하지만 활강을 못한다. 2000만 년 전부터 진화해온 원시 잔존 호주 고유종으로, 현재 빅토리아주 중부 고원 유칼리 숲의 제한된 지역에서만 서식한다.

화석으로만 존재하던 리드비터 주머니쥐가 학계에 처음 존재를 드러낸 건 1867년. 하지만 농지 개간 등으로 1900년대 들면서 대거 사라졌고, 1939년 대화재 이후 완전 멸종된 것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다 호주 박물학자 에릭 윌킨슨(Eric Wilkinson)에 의해 1961년 4월 3일, 빅토리아주 캠바르빌 인근 숲에서 다시 발견됐다. 대중적으로야 도도새나 매머드에 비길 수 없겠지만, 학계는 마치 화석이 환생한 듯 기뻐했다. 생태 연구를 병행한 섬세한 보호정책이 진행됐다.

나무 구멍을 집 삼아 사는 리드비터 주머니쥐는 늙은 숲과 40년생 안팎의 젊은 숲이 어우러진 곳을 선호하며, 지표에서 6~30m 고도에 머무는 야행성 잡식 동물이다. 1년에 한 번 번식하며 한 번에 많아야 두 마리의 새끼를 낳는다. 보호활동 덕에 80년대 최대 7,500마리까지 불어났으나 제한된 생존 공간과 자연 화재 등으로 개체수가 다시 급감, 현재는 약 1,500마리 가량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계는 향후 50년 내 리드비터 주머니쥐의 서식 생태계가 붕괴될 확률이 92%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한 생물종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것도 거대한 자연 순환의 일부여서, 늘 용의자로 꼽히는 인간이 억울할 때도 때로는 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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