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사교육의 끝없는 진화
서울 양천구 A고 2학년인 김모(18)군은 고교에 입학한 뒤 매달 ‘대입 매니저’의 도움을 받고 있다. 대입 매니저는 1주일에 한 번 집에 방문해 1시간가량 성적이 부족한 과목의 학습 방법과 학원을 소개해주고, 그동안 준비한 스펙에 맞는 대입 전형도 뽑아준다. 서울 소재 대학 진학이 목표인 김군이 평소 관심 있던 인문계 대신 자연계를 택한 것도 “대학 진학이 쉽다”는 매니저의 조언에 따른 것이다.
별도의 학습지도 없이 학습 방향만 잡아주는 대입 매니저에게 지불하는 비용은 한 달에 100만원. 1년이면 1,200만원으로 대학 1년 등록금과 비슷한 수준이다. 김군의 아버지는 “입시 전형을 간소화했다지만 학부모 입장에선 여전히 복잡하기 때문에 이렇게 해서라도 유리한 전형을 찾고, 준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과 고교 입시를 겨냥한 고액 사교육이 사라지키는커녕 오히려 확대되고 있다. 대입 매니저는 물론이고, 자녀를 명문대에 입학시킨 학부모가 남의 아이를 맡아 대입을 책임지는 ‘입시 대리모’, 과외교사에게 현지 생활비와 체재비를 주면서 자녀의 해외연수 보호자 역할을 맡기는 ‘유학 대리모’도 등장했다. 입시 대리모 비용은 월 1,000만원, 유학 대리모는 조기 유학비용(150~200만원)을 포함해 매달 최소 400만원 이상 든다.
1대1 과외도 월 100만원에 육박한다. 서울 강남구 A학원의 한 달 과외비는 45만~90만원. 대형학원 경력 10년 이상, 교직 이수한 명문대ㆍ교대 졸업자가 교사로 나서 1주일에 한 번 90분가량 1대1 방문 수업을 진행하는데, 상담과 과목별 실력 테스트를 거쳐 수업 여부를 결정한다. 학원 관계자는 “특목고 준비생, 학습부진아, 최상위권 학생 등 수준에 따라 과외비가 다르게 책정되지만 성적 향상률 등을 고려하면 그리 비싼 편은 아니다”라며 “입소문을 타고 오히려 문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 수시ㆍ정시 모집을 앞두고 이뤄지는 입시업체들의 대면 컨설팅은 여전히 성황 중이다. 전화, 온라인으로 사전 신청을 한 뒤 학생부와 수능 모의평가 점수 등을 토대로 90분 상담을 받는데, 1회당 50만원가량 든다. 올해 서울 중위권 대학 수시모집에 지원한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확실히 알아보기 위해 입시업체 3곳에서 수시 상담을 받았고, 비용으로 160만원가량을 냈다”고 말했다.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상위 계층의 사교육 방법이 중ㆍ하위 계층으로 점차 확산되면서 사교육 시장을 확대재생산 하고, 한편에선 상대적 박탈감이 커진다”고 지적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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