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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유력 정치인들 ‘반(反)트럼프’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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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화당 유력 정치인들 ‘반(反)트럼프’본색

입력
2016.03.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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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유타대학에서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주지사가 강연하고 있다. 그는 이날 트럼프를 "가짜이자 사기꾼"으로 비하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유타대학에서 2012년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주지사가 강연하고 있다. 그는 이날 트럼프를 "가짜이자 사기꾼"으로 비하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연전연승하며 독주 중인 도널드 트럼프를 막기 위해 당내 거물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과거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밋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그를 ‘사기꾼’으로 매도했으며 존 매케인 상원의원도 공개적인 비토 의견을 내비쳤다. 중립을 표방하는 폴 라이언 미국 연방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 연방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도 배후에서 트럼프의 낙마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공화당 주류 내지는 지도부가 전방위로 나선 모양새다.

2012년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롬니는 3일(현지시간)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유타대학 강연에서 “트럼프는 가짜고 사기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기에 기본적인 성품이나 판단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고 트럼프를 비판하며 트럼프의 승리가 민주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의 대선 승리를 보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2008년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맞붙었던 매케인 의원도 롬니의 연설이 끝난 뒤 홈페이지에 올린 공식 성명에서 “나도 롬니처럼 트럼프에 대해 우려한다”며 유권자들에게 “그에게 투표하기 전에 오래 생각할 것을 권한다”고 밝혔다. 그는 2일 마이클 처토프 전 미국 국토안보부장관을 비롯한 공화당 소속 국방ㆍ외교전문가 65명이 트럼프의 정책을 공개 비판한 것을 지적하며“트럼프의 국가안보에 대한 발언은 잘못돼있고 위험하다”고 말했다.

라이언 의장과 매코널 원내대표는 겉으로 “공화당 경선에서 누구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미국 언론은 그들을 반(反)트럼프 전략을 주도하는 실세로 지목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매코널 원내대표는 동료 상원의원들과 모임에서 트럼프에 반대하는 광고비를 모금하고 있다며 “그를 순식간에 떨어트릴 것”이라고 발언했다. 라이언 의장은 2일 국회의사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화당의 후보가 되고 싶다면 문제를 회피해서는 안된다. 이 당은 인종차별적 집단이나 의제를 거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인종차별주의 집단 쿠클럭스클랜(KKK) 출신인 데이비드 듀크의 지지를 바로 거부하지 못한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2012년에 롬니의 러닝메이트로 뛰었던 라이언 의장은 지난 주말에도 롬니와 만나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미국 정치전문지 더 힐은 롬니의 트럼프 비판에 라이언 의장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라이언 의장은 “나는 롬니의 연설문을 본 적도 없다”며 관여설을 부정했다.

트럼프는 쏟아지는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는 롬니가 자신을 비판했다는 소식에 “롬니는 지난 대선의 패배자”라며 “그의 의견은 중요치 않다”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이미 1일 ‘슈퍼화요일’에서 승리한 후 “라이언 의장을 잘 모르지만 그와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는 큰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 주류가 반트럼프 분위기에 휩쓸리고 있지만 일부 중진들은 트럼프가 정당한 경선을 거쳐 후보로 선출된다면 대선에서 그를 지지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고수하고 있다. 1996년 대선 후보였던 밥 돌 전 상원의원은 2일 뉴스위크와 인터뷰에서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지지하지만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면 그를 지지할 것”이라 말했다. 매케인 의원도 자신의 게시물이 화제가 된 후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에 “누구든 선출되는 공화당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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