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14일 발표한 ‘내집연금 3종세트’는 고령층의 가계부채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은퇴 등의 이유로 소득이 급격히 감소하게 되는 고령층이 가계부채 문제의 ‘약한 고리’라는 판단에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가 꺼낸 카드는 집을 담보로 국가가 보증하는 연금을 매월 받는 주택연금(역모기지론)제도의 활성화다.
주택담보대출 조기 상환하고 연금 수령
첫 번째 대책의 핵심은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있어 주택연금에 가입하지 못하는 고령층의 문턱을 낮춰주는 것이다. 주택연금에 가입하려면 기존의 금융권 대출을 모두 갚아야 한다. 주택연금 역시 은행에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연금을 받는 상품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대출을 일시에 갚아야 하는 가입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현재는 예상연금총액의 절반(50%)을 한번에 수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인출한도라고도 불리는 예상연금총액은 주택을 담보로 맡길 경우 사망 시까지 연금으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을 모두 추산한 액수다. 가령 3억원짜리 주택에 살고 있는 60세 A씨의 경우 예상연금총액은 약 1억2,000만원 수준이다. A씨가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1억2,000만원의 50%인 6,000만원을 한번에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 금액(6,000만원)보다 더 많은 대출을 받고 있는 경우다. A씨가 주택담보대출을 7,000만원 받고 있다면 나머지 1,000만원은 신용대출 등을 통해 갚아야 한다. 하지만 소득이 없다면 이마저도 불가능해 결국 가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금융위가 집계한 60세 이상 고령층의 평균부채는 7,657만원에 달한다.
일시 인출 가능액을 50%에서 70%로 올리면 A씨의 경우 6,000만원이 아닌 8,400만원을 일시에 갚을 수 있어 바로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해진다.
A씨의 주택담보대출을 7,500만원(금리 3.04%, 잔존만기 10년, 일시상환)으로 가정할 경우 현재 매달 19만원의 이자를 내야 하지만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대출을 모두 갚고 사망시까지 매달 26만원의 연금을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주택은 A씨가 사망한 후 그 동안 받은 연금을 제외한 잔존가치에 한해서만 상속된다.
연금가입 예약도 가능..취약 고령층엔 20% 더 준다
‘예비 고령층’의 주택연금 가입을 유도하는 대책도 내놨다. 주택연금 가입은 60세 이상만 가능하지만 40~50대가 장기 고정금리 대출인 보금자리론을 받으면서 향후 주택연금 가입을 약속할 경우, 보금자리론 금리를 0.05~0.1%포인트 낮춰준다. 예를 들어 45세 직장인 B씨가 3억원짜리 주택을 살 때 보금자리론 1억5,000만원을 금리 3.2%, 20년 분할상환 조건으로 빌리면 20년 간 매달 원리금 85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주택연금 가입을 예약해 금리가 0.1%포인트 내려간다면 매달 원리금 상환액이 84만원으로 줄어든다. 15년 후 주택연금으로 전환할 때, 일시 인출로 대출원금을 상환하고 60세부터 사망 시까지 매달 42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재산세, 소득세가 줄면서 세금도 매년 20만원 감소한다.
소득이 낮은 고령층을 위한 ‘우대형 주택연금’도 출시된다. 이들에게는 연금산정이자율을 1%포인트 낮게 적용해, 주택연금 가입시 받는 연금액을 20% 정도 늘려줄 방침이다. 적용대상은 아직 부처협의가 남아 있지만 ‘주택가격 2억5,000만원(작년 주택거래평균가격) 이하이면서 연소득 2,350만원(2분위 소득) 이하’가 검토되고 있다. 정부는 1분기에 상품설계를 끝내고 2분기 중 '내집연금 3종 세트' 판매를 시작할 방침이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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