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
유행가 가사처럼 바스락 소리를 내며 흔들리는 억새를 보니 가슴 깊이 가을의 쓸쓸함이 번져온다. 사람들은 붉게 물든 풍경을 보기 위해 산을 찾지만 강원도 정선의 민둥산에선 그 흔한 단풍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바람과 햇빛을 받아 시시각각 색을 바꾸는 억새 군락이 가파른 길을 오른 등산객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있다.
민둥산은 말 그대로 산 정상에 나무가 없이 민둥민둥하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물론 처음부터 민둥산은 아니었다. 척박한 산자락에 한 쪼가리 땅이라도 일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불을 놓아야 했던 화전민들의 애환이 그 안에 담겨있다.
산불로 인해 올해 민둥산 억새가 예년만 못하다지만 인근 주민들은 걱정보다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올해의 산불이 내년의 풍성한 억새밭이 될 거라는 믿음 때문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민둥산 위로 붉은 해가 솟아오른다. 햇살을 받으며 은빛으로 물들어가는 억새를 바라보며 잠시 바람이 되고 싶은 생각을 해본다.
멀티미디어부 차장 kingw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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