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닫기
기적 같은 꿈 이룬 정현, 더 높은 곳을 보다

알림

기적 같은 꿈 이룬 정현, 더 높은 곳을 보다

입력
2018.01.24 17:29
3면
0 0

호주오픈 조연에서 주인공으로

톱랭커 잇단 격파로 자신감 상승

약점 ‘서브’ 등 경기할수록 성장

외신들 “거물 사냥꾼” 새 별명도

“메이저 4강은 월드컵 4강” 평가

세계 랭킹 30위권 진입도 눈앞

정현이 24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단식 8강전 테니스 샌드그렌과의 대결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멜버른=EPA 연합뉴스
정현이 24일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호주오픈 남자단식 8강전 테니스 샌드그렌과의 대결에서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멜버른=EPA 연합뉴스

“정현이 아직도 명동 거리를 돌아다닐 때 아무도 자신을 못 알아볼 거라 믿는다면, 이는 큰 오산일 것이다.”

정현(22ㆍ랭킹58위)이 24일 호주오픈 8강전에서 테니스 샌드그렌(27ㆍ97위ㆍ미국)을 꺾고 4강에 진출하자 대회 공식 홈페이지가 승전보를 전하면서 붙인 말이다. 지난 22일 16강전에서 세계 최강 노박 조코비치(31ㆍ16위ㆍ세르비아)를 꺾고 나서 “한국에서 테니스는 비인기 종목이라, 길거리에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고 인터뷰한 것에 대한 대답이다. 주원홍 전 대한테니스협회 회장은 “테니스 메이저 4강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만큼 대단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세계적인 선수 조코비치를 물리친 데 이어 한국 최초 메이저 4강에 오르며 호주오픈 최고의 스타로 떠오른 정현에게 전 세계 팬들은 완전히 매료됐다. AFP통신은 정현에게 ‘거물 사냥꾼(Giant Killer)’라는 별명을 붙였다. 통신은 “알렉산더 즈베레프(21ㆍ4위ㆍ독일)와 조코비치를 연달아 제압한 ‘거물 사냥꾼’ 정현이 준결승에서도 꿈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정현이 역사를 새로 썼다”고 극찬했다.

이번 대회에서 정현은 스스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평소 그에게는 키(187㎝)에 비해 서브가 약하다는 평이 따라다녔지만 이날만큼은 강 서버 샌드그렌을 상대로 뒤지지 않았다. 대회 1, 2라운드에서 첫 서브 성공률이 각각 60%, 65%에 불과했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76%로 높아졌다. 55%의 샌드그렌을 압도한 것. 16강에서 1개에 불과했던 서브 에이스도 이날은 7개나 터져 나왔다. 최고 시속 204㎞의 묵직한 서브를 구사하는 샌드그렌에 비해 속도에서는 8㎞ 뒤졌지만 날카로운 코스공략으로 상대방의 발을 묶었다. SPOTV 해설위원을 맡고 있는 박용국 NH농협 스포츠단 단장은 “정현이 8강 진출 선수 중 서브에이스가 가장 적었는데, 이날은 서브가 승리에 힘을 보탰다”며 “하체활용과 어깨 회전력이 좋아지면서 확률과 코스가 좋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주원홍 전 회장은 “정현이 넥스트 제너레이션 ATP 파이널스 우승할 당시만 해도 베이스라인에서 수비적으로 경기하는 등 내용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하지만 큰 대회에서 톱 랭커들을 격파하며 자신감이 붙은 뒤엔 경기 할 때마다 성장하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라고 평가했다.

‘4강 신화’를 쓴 정현은 부와 명예도 두둑하게 챙겼다. 정현은 준결승 진출로 상금 88만 호주달러(약7억5,000만원)를 확보했다. 이번 대회 전까지 정현이 벌어들인 상금 총액 약 18억3,200만원의 40% 수준이다. 물론 남은 경기 결과에 따라 그의 지갑은 더 두꺼워질 수 있다.

정현은 한국 테니스 사상 최고 랭킹 기록도 경신할 전망이다. 종전 최고 기록은 2007년 이형택(42ㆍ은퇴)의 36위다. 현재 58위인 정현은 이번 대회 4강 진출로 포인트 720점을 수확했다. 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 500시리즈 우승자가 받는 포인트 보다 크다. 그의 기존 점수를 더하면 1,577점이 돼, 랭킹 28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대회 직후 새롭게 발표될 세계랭킹에서 한국 테니스 사상 처음으로 30위 이내 진입도 가능할 전망이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