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국민 64%의 노후 주 수입원 "소득대체율 30%도 안 될 것"
가입자 2,100만명, 올해 수급자만 벌써 400만명에 달할 정도로 국민연금은 온 국민이 기대고 있는 노후의 버팀목이다. 지난해 통계청 조사에서 ‘노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 중 무려 62.8%가 국민연금을 노후의 주 수입원으로 꼽았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30, 40대가 연금을 수령할 시점에는 이런 기대가 산산이 무너질 공산이 크다. 한국일보가 국민연금공단에 의뢰해 가입기간 중 평균소득 300만원인 35세 가입자의 향후 예상 국민연금 수령액을 산출해 본 결과, 20년 전인 1994년부터 가입한 사람은 노후에 월 91만3,000원을 받는 반면, 10년 전인 2004년부터 가입자는 63만5,000원, 올해부터 가입하는 사람은 53만원을 받는 데 그칠 전망이다. 불과 20년 사이, 비슷한 돈을 내고도 노후에 받을 수 있는 연금이 거의 반토막 나는 셈이다.
이는 애초 국민연금의 연금구조 설계 시, 미래를 너무 낙관적으로 본 탓이 크다. 국민연금은 민간연금과 달리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연금지급액을 조정한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에 따르면 연금 개시시점이 60세일 때 국민연금의 가치는 민간연금의 1.39~1.48배에 달한다. 비슷한 돈을 내고 더 받는 구조인 셈이다.
하지만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수급자가 급증하고, 또 당초 예상보다 수급기간(기대수명)도 길어지면서 국민연금은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구조가 된 지 오래다. 이에 따라 정부는 1998년과 2007년 두 차례 국민연금법을 개정하면서 연금수령 연령은 60세에서 65세(2033년부터)로 단계적으로 늦추고 소득대체율(가입자 평균소득 대비 국민연금 급여액) 또한 40년 가입 기준 70%에서 40%(2028년부터)으로 낮췄다. 하지만 2060년쯤 국민연금 재정이 고갈될 것이란 정부 스스로의 추산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앞으로 손질될 가능성이 높다. 한정림 국민연금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연금 사각지대는 갈수록 줄어들겠지만 정작 중요한 소득대체율은 2060년 30%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주택연금] 집값 상승률 전망치 계속 하락… 3년 만에 수령액 네 차례 깎아
집을 담보로 죽을 때까지 생활비를 대출받는 주택연금(역모기지론)은 부동산이 자산의 대부분인 우리 현실에 적합한 노후보장 제도라는 평가를 받는다. 정부의 적극 권유 속에 시행 첫 해인 2007년 515건에 불과하던 계약건수는 지난해 5,288건으로 10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주택연금 역시 갈수록 쪼그라드는 추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주택연금 주관기관인 주택금융공사(주금공)는 2012년 초부터 이달까지 네 차례나 신규가입자 수령액을 깎았다. 초창기 지급액 산정 때 기준이 됐던 전망치들이 계속 어긋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가격 상승률 전망치는 연 4%에서 연 2.7%로 낮아진 반면, 83세로 출발한 기대수명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실제 60세에 집을 맡기는 가입자를 기준으로 보면, 2007년 당시 주택가격 3억원에 72만원, 5억원에 118만원 꼴이던 월 지급금은 올해 각각 68만원, 114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금공은 이 같은 변화에 대해 “주택연금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에 보증을 제공하는 입장에서 보증금 지출이 급증하는 것을 막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한다. 또 다른 연금액 결정 요인인 연금산정(대출) 이자율은 저금리 추세 속에 하락하며 지금은 급여액을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향후 미국 금리 인상 등에 따라 국내 금리가 오름세로 전환될 경우 급여 하락폭을 더욱 키울 전망이다. 유선종 건국대 교수는 “주택연금 가입 및 유지의 최우선 고려 요소가 연금수령액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현행 연 8% 수준인 계약해지(중도상환) 비율이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제도 개선을 주문하고 있다. 경제 여건 변화로 연금지급액이 담보가치를 초과하며 발생하는 손실을 모두 국가(주금공)가 부담하는 현행 구조로는 제도의 영속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연금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손실 또는 이익을 가입자 자녀와 국가가 공동부담하는 ‘공유형 역모기지’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개인연금] 당장 먹고살기도 힘들어… 국민 6명 중 1명꼴 가입 불과
1994년 첫 선을 보인 민간 보험사들의 개인연금 상품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갈수록 낮아지면서 공적 연금의 빈틈을 메울 보완 수단으로 주목 받았다. 정부도 국민들의 개인연금 가입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각종 세제혜택을 내걸었다. 굵직하게는 2000년을 기점으로 보험료에 대한 소득공제가 실시된 데 이어, 2013년에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해 그 혜택의 폭을 넓혔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인연금에 가입한 사람들은 여전히 6명 중 1명꼴에 불과하다. 상당수 서민들의 경우 당장 먹고 살기도 빠듯한 상황에서 개인연금을 납부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무엇보다 어렵사리 개인연금에 가입한다고 해도 급속한 고령화와 저금리 기조로 예전과 같은 수준의 연금을 기대하기 힘들다.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에 의뢰해 35세 남성이 55세까지 20년간 납입하고 10년간 거치 뒤 65세 이후 월 100만원씩 받으려면 매달 얼마의 보험료를 내야 하는지 계산해봤다. 결과는 충격적이다. 1994년부터 보험에 든 사람은 월 21만의 보험료만 내면 됐지만 2004년에는 32만원, 올해부터는 50만원씩을 넣어야 월 100만원을 받는다. 이 때 적용금리는 당해 연도 개인연금 상품의 평균적인 금리를 적용한 것으로, 변수를 줄이기 위해 확정금리로 계산했다. 향후 금리하락 기조까지 감안하면 앞으로는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내야 퇴직 후 월 1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점점 더 개인연금 가입을 꺼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보험 가입자들의 기대수명이 늘어나면 같은 금액을 넣더라도 연금 수령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고객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낮아지면서 보험사가 떼는 사업비도 점차 줄어들어 갈수록 균형을 맞추기 어려워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금수령 조건이 점점 악화되는 구조여서 개인연금 가입이 크게 늘어나길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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