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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핫&쿨] 주술로 최면 걸어 아프리카 여성 인신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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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핫&쿨] 주술로 최면 걸어 아프리카 여성 인신매매

입력
2018.07.05 17:58
수정
2018.07.05 22:3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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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국가범죄수사국(NCA)이 제공한 조세핀 이야무의 사진. AFP 연합뉴스
영국 국가범죄수사국(NCA)이 제공한 조세핀 이야무의 사진. AFP 연합뉴스

“당신은 ‘부두교’ 의식으로 다섯 명의 젊은 여성에게 신체적, 정신적으로 상처를 입혔고 이 의식의 효과로 여성들은 단단히 갇혀 버렸다.”

아프리카 토착미신 부두교 의식을 활용해 나이지리아 여성 5명에게 성매매를 강요한 라이베리아 출신의 영국 간호사에게 4일(현지시간) 유죄 판결을 내린 영국 버밍엄 법원 리처드 본드 판사는 판결문에서 이 같이 밝혔다.

‘마담 산드라’로 불리는 조세핀 이야무(51)가 ‘현대판 노예방지법’ 위반 혐의로 징역 14년형을 선고 받았다고 데일리메일 등 영국 언론이 전했다. 이 법이 통과된 2015년 이후 영국 국토 밖에서 일어난 성매매 사건에 대한 첫 유죄 판결 사례로, 해외 성매매에 관여한 영국 시민도 기소 대상이라는 의미다. 본드 판사는 이야무를 “피해자를 생명체가 아닌 돈을 벌기 위한 도구로 봤다”며 ‘약탈자’로 규정했다.

이야무는 나이지리아 여성 구제 활동을 명분으로 나이지리아 남부 베닌에 구호기관을 가장한 단체를 세워 여성들과 접촉했다. 그는 이곳에서 미용실이나 슈퍼마켓 같은 일자리를 찾아 주겠다며 ‘유러피언 드림’을 앞세워 여성들을 유혹했다.

이야무는 이렇게 꾀어 낸 여성 5명에게 유럽 이동 경비를 제공하는 대가로 각각 3만 8,000유로의 빚을 부과하는 계약을 맺었다. 또 계약된 여성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부두교 사제가 집전하는 전통 종교 의식 ‘주주’에 참여시켜 공포심을 갖게 했다. 주주 의식에 참여하는 이들은 닭의 심장을 먹고 벌레가 들어 있는 피를 마시거나 면도칼로 살을 베는 행위 등을 해야 한다. 맹세 의식인 주주를 치른 여성들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들에게까지 끔찍한 저주가 내려진다고 믿게 됐다. 여성들은 주주 의식을 집행하는 동안 일종의 최면 상태에 빠져 성직자들을 절대자로 여기게 되면서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이들의 뜻을 순순히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주주 의식을 치르고 성매매를 위해 이탈리아로 보내지는 나이지리아 여성이 매년 수천 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2016년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으로 들어온 나이지리아 여성 1만1,000명 중 80%가 성매매 시장에 팔려 갔다.

이야무는 이렇게 세뇌시킨 여성들을 성매매가 합법인 독일 사창가로 보낸 후 매월 1,500유로(196만원)씩 송금할 것을 강요했다. 이 같은 방식의 나이지리아 여성의 인신매매 문제는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자 지난 3월 부두교 지도자가 모든 성매매 관련 주술을 무효화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상황은 여전히 나아지지 않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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