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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정법원 폄훼 문건에 들끓는 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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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가정법원 폄훼 문건에 들끓는 판사들

입력
2018.08.07 04:40
수정
2018.08.07 10:0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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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안듣는 판사 길들이기했나

사실관계 틀리고 맘대로 에단”

법원 내부망에 진상규명 촉구

현 중앙지법 판사가 작성 알려져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대외비로 생산한 ‘가정법원 판사 폄훼’ 문건을 두고 가정법원 판사들이 집단 문제제기에 나섰다. ‘말 안 듣는 판사 길들이기’ 목적의 문건이라 보는 기류가 확산되며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당시 문건을 쓴 판사가 사법개혁 관련 목소리를 내는 전국 판사 대표 회의 멤버이기도 해 더 뒷말이 나온다.

6일 한국일보 취재결과, 서울가정법원은 이달 3일 법원 내부망 가사ㆍ소년법관커뮤니티에 “‘가정법원 관련 검토 등’ 문건에 대한 (문건 작성자 등의) 책임 있는 답변을 요구한다”는 글을 실었다. 서울가정법원 권모 부장판사 명의로 게시됐지만 부장판사들을 중심으로 다수 법관이 논의 끝에 마련한 대응책 중 하나라는 후문이다. 논란의 문건은 양 전 대법원장 때인 2016년 4월 당시 행정처 사법지원실 소속 K 가사심의관(현 서울중앙지법 판사)이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K 심의관이 가사 재판 지원 업무를 맡아 가정법원 판사들과 실무상 협력하는 역할을 맡았지만, 한편으로 행정처 사무실에선 가정법원 판사의 문제를 캐내고 모으는 데 골몰했다는 게 반발 이유다. 문건에는 ‘가정법원 법관들이 법률적 결론 등에 깊은 고민 없이 사건을 처리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평가 있음’이라 썼다. ‘친권 제한 관련 법리를 잘못 판단해 문제가 된 적이 있다’는 취지의 사례를 들기도 했다. 이에 가정법원 판사들은 “당시 K심의관이 사실 관계가 틀린 사례까지 들며 가정법원 판사가 법리도 모르고 맘대로 판단한다고 예단했다”고 반박했다.

특히, K심의관이 법원 한 곳에서 5~7년 장기 근무하는 가정법원 ‘전문법관’을 겨냥한 대목을 두고 판사들 사이에선 “행정처 통제가 잘 안 먹히는 판사를 길들이기 하려는 속내가 담겼다”는 비판이 빗발쳤다. 문건에는 전문법관이 ‘법원장, 수석부장판사의 행정 조치에 순응하지 않고 잘 모르면서 비정상적인 지시를 한다는 식으로 치부하는 경우 다수 존재’라고 돼 있다. 아울러 업무 태도를 두고도 ‘좋은 평정 등을 받는 데 관심 없음. 일부는 근무 태만이 눈에 보임’ 문구도 썼다. 한 가정법원 판사는 “다수의 전문법관은 재판연구관이나 행정처 심의관을 안 거치거나 못 거쳐 대부분 고등부장 승진에 뜻이 없는 데다 행정처를 상급기관이라 보지 않고 소신대로 처신해, 행정처가 통제 방안을 강구한 흔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전문법관의 ‘지방근무 면제’ 등은 이듬해 초 폐지돼 문건 속 대응 검토 방안이 이행됐다. 사법행정권 남용과 판사 사찰 의혹을 조사했던 대법원 특별조사단은 “(판사의) ‘성향’ ‘동향’ 같은 키워드 검색으로 K 심의관이 작성한 문건을 추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판사들은 법관 독립 침해 소지가 있는 이 문건을 쓴 K심의관이 전국법관대표회의 의결로 대법원 산하 사법제도 개선 심의 기구인 사법발전위원회의 제1연구반 법관 전문위원을 맡고 있는 점도 문제로 삼으면서 K심의관은 지난달 말 사퇴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에는 서울중앙지법 단독 판사 대표로 계속 참여 중이다.

한국일보는 K 심의관에게 문건 작성 배경 등을 묻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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