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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대통령의 연차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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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대통령의 연차휴가

입력
2017.05.22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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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주요국 정상들은 아무리 바빠도 휴가는 포기하지 않는다. 여름철 2~3주씩의 장기 휴가는 보통이다. 총리와 부총리가 같은 시기에 장기 휴가를 떠나 눈총을 받고, 긴급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 휴가지에 머물러 구설에 오르는 일도 드물지 않다. 전임자들보다는 휴가를 자제한 버락 오마바 전 미국 대통령도 2014년 여름 대규모 흑인 소요사태, 이슬람국가(IS)에 의한 미국인 기자 참수 사건 와중에도 16일간이나 휴가를 가졌다. 국가 최고지도자 이전에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서구 문화여서 가능한 일이다.

▦ 그 정도면 우리 사회에선 당장 탄핵 얘기부터 나왔을 것이다. 우리 역대 대통령은 여름철에 1주일 이내의 휴가를 보내는 게 고작이었다. 내수 진작을 위해 대대적인 휴가 장려정책을 펴면서도 대통령부터 휴가 가는 데 인색하니 정책 실효성이 높을 리 없었다. 대통령으로서 한시도 자리를 비울 수 없다는 강박적 사명감, 아니면 워크홀릭 습관의 문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휴가를 가는 듯 마는 듯했다. 하지만 평소 본관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 머물며 휴가인 듯 아닌 듯 느슨하게 집무를 본 일이 잦아 ‘세월호 7시간’ 같은 또 다른 문제를 낳았다.

▦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공식적으로 연차휴가를 냈다. 양산 사저에서 쉬며 정국구상을 가다듬고,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 참석을 고려한 일정이다. 일반기업에서 직원들의 연차휴가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CEO나 간부들이 솔선해서 연차휴가를 쓰기도 하지만 대통령의 연차휴가는 개념 자체가 생소하다. ‘15일 연차유급휴가 의무사용’ 공약을 실천하는 의미도 있어 보인다. 인터넷에서는 직장인들 중심으로 취임 후 이어지고 있는 문 대통령의 신선한 행보의 하나로 받아들이며 반응이 뜨겁다.

▦ 여기에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 발사로 재를 뿌렸다. 21일 오후 문 대통령이 양산 자택에 막 도착해 있던 시각이다. 문 대통령은 최초 보고를 받고 즉각 NSC상임위 소집을 지시했다. 그러나 청와대로 돌아오지는 않았다. 이전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국민 불안 가중 등을 고려해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대통령이 직접 NSC를 주재하지 않아도 시스템에 의해 빈틈 없이 위기상황 대처가 이뤄지게 한 것도 나쁘지 않았다. 새 정부 들어 진행되고 있는 여러 변화가 새삼 실감이 난다.

이계성 논설실장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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