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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호암상 참석… 삼성 수장 첫 발을 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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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호암상 참석… 삼성 수장 첫 발을 떼다

입력
2015.06.02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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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선임 이후

그룹 대표해 참석한 첫 공식행사

부친 대신 시상식 전반 챙겨

별도 통로로 입장하고 축사 생략

"수상자가 주인공" 조용한 행보

이재용(왼쪽에서 세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1일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해 수상자들에게 축하 박수를 보내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왼쪽에서 세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1일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해 수상자들에게 축하 박수를 보내고 있다. 뉴시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하면서 사실상 그룹 총수로서 첫 걸음을 뗐다. 이 행사는 이 부회장이 지난달 15일 그룹 승계의 상징적 절차인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선임된 이후 삼성을 대표해 참석한 첫 번째 행사다.

1일 삼성 및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제25회 호암상 시상식장을 찾았다. 덩달아 삼성 미래전략실장인 최지성 부회장,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 그룹 경영진들도 총출동했다.

짙은 회색 정장을 차려 입은 이 부회장은 이날 시상식 직전 도착했다. 이후 무대 정면의 첫 번째 줄 가운데에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과 나란히 앉아 1시간 가량 진행된 시상식을 끝까지 지켜봤다.

호암상 시상식은 호암재단에서 주최하는 만큼 이 부회장이 별도의 축사나 수상자에 대한 격려사를 내놓지 않았다. 원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도 호암상 시상식의 주인공은 수상자들이라는 점을 강조해 일부러 발언을 하지 않았다. 삼성을 대표해 참석한 이 부회장도 수상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는 등 그룹을 대표해 행사 전반을 챙겼지만 부친과 마찬가지로 말을 아꼈다.

이 부회장은 로비가 아닌 별도 통로를 통해 행사장으로 들어갔다. 삼성 관계자는 “로비를 통해 들어올 경우 정작 시상식의 주인공인 수상자들에게 쏟아질 관심이 분산되고 행사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시상식을 주관하는 재단 이사장이 따로 있는 만큼 행사에 관해서도 특별한 발언을 남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이날 이 부회장의 호암상 시상식 참석에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해석했다. 호암상은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1990년 이건희 회장이 직접 제정했다. 창업주의 정신을 잇는 의미 있는 상인만큼 이 회장은 2013년까지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매년 직접 시상식을 챙겼다. 그러나 지난해 갑자기 심근경색으로 쓰러지면서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을 비롯한 가족들은 물론이고 최 부회장 등 주요 경영진 일부도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따라서 이런 행사를 이 부회장이 직접 챙겼다는 것은 대내외적으로 그룹의 공식 수장으로서 자리매김을 선언한 것이란 재계 해석이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는 삼성이 일찍부터 이 부회장의 참석을 예고했다. 그동안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이 쓰러진 이후 삼성을 대표해 주요 대외 행사에 참석했지만 그룹 내부 공식 행사에 나선 적은 없었다. 게다가 지난달 이 부회장은 부친의 자리였던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을 이어받았고, 이어 이 부회장 중심의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발표했다. 따라서 이날 시상식은 이 부회장이 사실상 삼성의 수장으로서 참관하는 첫 번째 행사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이 부회장은 시상식이 끝난 뒤 곧바로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시상식장 옆에 수상자와 그룹 관계자들을 위한 별도의 연회장이 마련됐지만 이 부회장은 여기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곧장 만찬이 열린 신라호텔로 향했다.

이건희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은 이날 모두 시상식에 불참했으나 오후 6시부터 시작된 만찬에 나란히 참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와병 중인 상황에서 가족이 모두 축제성 행사에 참석하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이 부회장도 첫 번째 공식 석상이지만 조용한 행보를 보였다”고 해석했다.

한편 올해 호암상 부문별 수상자는 ▦과학상 천진우(53) 연세대 언더우드 특훈교수 박사 ▦공학상 김창진(57) 미국 UCLA 교수 ▦의학상 김성훈(57) 서울대 교수 ▦예술상 김수자(58) 현대미술작가 ▦사회봉사상 백영심(53) 간호사 등 5명이다. 이들은 각각 상장과 메달(순금 50돈), 상금 3억원을 받았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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