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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밤 수놓은 산조 "K팝의 뿌리" 호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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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밤 수놓은 산조 "K팝의 뿌리" 호평

입력
2015.10.07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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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 이선화가 거문고 연주를 끝내자, 반대편에 앉아있던 위희경이 기다렸다는 듯 가야금 현 위에서 현란하게 손을 놀린다. 주거니 받거니 두 사람의 연주가 끝날 즈음 아쟁, 대금, 장구, 징이 가세해 흥을 돋우고 여섯 악기의 연주 배틀이 차례로 이어진다.

지난달 30일 영국 런던 새들러즈 웰즈 극장에서 열린 국립국악원의 ‘산조의 밤’은 농도 짙은 재즈음악의 국악 버전을 연상케 했다. 이날 공연은 9월 한 달 간 열린 ‘2015 K뮤직 페스티벌’의 하나다.

2013년 6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런던에서 열린 K뮤직페스티벌은 한국 음악의 다양성을 알리기 위해 주영 한국문화원과 영국 공연기획사 시리우스가 공동 기획한 음악축제. 올해는 국악연주 그룹 숨과 잠비나이, 소리꾼 남상일ㆍ박애리ㆍ팝핀현준 등 7개 팀이 8회 공연했다. 숨, 잠비나이 등 외국인도 즐길만한 퓨전 음식 같은 음악그룹을 먼저 소개한 다음, 젓갈과 장처럼 우리 전통의 날 것 그대로를 소개하는 마지막 공연을 통해 뿌리까지 알린다는 전략이다. 김갑수 런던 주재 한국문화원장은 “K팝 공연이 아닌데도 영국 민간 공연기획사가 이번 축제 기획에 나선 것은 국악이 현지 음악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잠비나이는 최근 영국에서 음반 발매 계약을 맺었다”고 설명했다.

‘산조의 밤’은 런던대학 한국음악 전문가 키스 하워드가 해설을 맡아 세악합주 ‘천년만세’, 대금산조, 생황과 단소 합주곡 ‘수룡음’ 등을 연주했다. 공연의 마지막은 남도지방의 굿 반주에 바탕을 둔 즉흥 연주곡, 시나위로 초반 긴장했던 연주자들은 막바지에 들어 “얼쑤!” “좋다!” 등 소심한 추임과 손장단을 넣어가며 뒤늦게 불이 붙었다.

180석의 공연장은 만석을 이뤘는데, 일반 관객보다는 기자와 음악프로듀서 등 음악산업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음악전문지 송라인즈의 사이먼 브리틀 편집장은 “아름다운 절제미를 보여준 무대”라며 “영국인에게 K팝의 뿌리를 알게 해 준 공연이었다”고 평했다. 용호성 국립국악원 기획운영단장은 “K팝과 달리 전통음악과 현대음악을 섞은 K뮤직은 이제부터 적극적으로 알려야 하는 단계”라며 “이번 공연은 현지의 관객 대상이라기보다 음악계 관계자를 위한 쇼케이스 성격”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유료객석 점유율은 30% 대였다.

1683년 문을 연 새들러스 웰즈 극장은 세계적인 무용극장으로 ‘백조의 호수’로 잘 알려진 안무가 매튜 본이 소속된 극장이다.

런던=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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