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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 "中 미세먼지로 인민평등 경험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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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 "中 미세먼지로 인민평등 경험중"

입력
2017.05.22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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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 가려먹는 고위층, 공기는 속수무책”

위화는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미 사드 문제가 양국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며 “그러나 한국에서 예전과 마찬가지로 저에게 우호적으로 대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산문화재단 제공
위화는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이미 사드 문제가 양국관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며 “그러나 한국에서 예전과 마찬가지로 저에게 우호적으로 대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대산문화재단 제공

작가는 작가다. 대산문화재단이 주최한 서울국제문학포럼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은 중국 소설가 위화(57) 얘기다. 22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국내 기자들과 만난 그는 ‘한국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의 책임론’을 묻자 중국의 검열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위트 있는 답변을 내놓았다. 영화 ‘허삼관 매혈기’ 원작자로 널리 알려진 그는 2012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모옌, 옌롄커 등과 함께 중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꼽힌다.

위화는 “중국 정부에서도 공기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외의 말로 입을 열었다. 그는 “중국에서는 미세먼지 뿐만 아니라 물, 식품 등의 안전성 문제가 대두됐는데 중국 고위 관료들이 먹고 마시는 건 특수한 유통망으로 공급되기 때문에 그들과 상관없는 문제”라고 말을 이었다. “지도층이 먹는 식품은 전세계 지도자들이 섭취하는 음식 중 가장 안전하다고 자부한다”고도 했다. 그런데 “공기는 다르다”고 말했다.

“민중은 지도자와 함께 오염된 공기를 마시고 있다는, 만민평등을 미세먼지로부터 느끼고 있습니다. 고위인사들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중국 정부가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건 믿어도 좋을 겁니다.”

그의 위트는 이어졌다. 톈안먼(天安門) 사태 등을 언급하며 세태를 비판한 그의 산문집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는 국내에도 번역돼 나왔지만 정작 중국에서는 출간이 금지됐다. 작가는 “앞으로 제 소설도 중국에서 정상적으로 출간될지 자신하기 어렵다”며 “한국 출판사에는 좋은 소식일지도 모르겠다. 마케팅 포인트가 될 거”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허삼관 매혈기' 저자인 중국 작가 위화(余華)가 22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대산문화재단 제공
'허삼관 매혈기' 저자인 중국 작가 위화(余華)가 22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열린 '2017 서울국제문학포럼'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대산문화재단 제공

소박한 희극과 묵직한 비극의 교차는 그의 소설에서 줄곧 등장하는 화법이다. 장이모우 감독이 영화로도 옮긴 ‘인생’부터 작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형제’까지 생의 기쁨과 슬픔을 정직하게 묘사한 작품들이 중국 근현대사를 냉철하게 돌아본다. 문학도 현실의 삶에 관한 발언이라고 굳게 믿는 그는, 매번 중국의 역사를 단단하게 껴안는 작품을 발표해왔다.

같은 세대 중국 작가들 대부분이 그렇듯, 위화 역시 문학적 자양분이 톈안먼 사태다. 이 역사적 사건이 발생한 1989년 6월 4일은 중국의 인터넷상에서 언급이 금지된 날이라 중국인들은 5월 35일이라는 가상의 날짜를 만들어 이날을 기념한다. 위화는 허구를 통해 진실을 드러내는, 이른바 ‘5월 35일식 글쓰기’와, 문제를 에두르지 않고 겨냥하는 ‘6월 4일식 글쓰기’를 병행한다. 그는 “문학은 어떤 사건에 대해 거리감을 두는 게 중요하다”며 “발효과정을 거쳐 표현된다는 점에서 신문보도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문제로 한중관계가 냉각기에 접어든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특유의 유머를 잃지 않았다. “작고한 이문구 작가와 대담에서 북한체제가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와 비슷한 공포를 조성한다고 말하자 이문구 작가가 ‘한족은 그렇게 느낄 수 있겠지만, 한민족은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하더군요. 남한이 북한을 생각하는 것처럼 북한도 한국을 생각할 겁니다. 친구들과 농담삼아 ‘북한이 미사일을 쏜다면 첫 번째 목적지는 일본, 두 번째는 중국, 그 다음이 아마 서울이 될 것 같다’고 했어요. 미국은 너무 멀어서 어려울 테니까. 그래서 이번 한국 방문을 걱정하는 친구에게 ‘서울이 네가 있는 베이징보다 안전할 수 있다’고 말해줬죠.”

작가는 서울국제문학포럼 첫째 날인 23일 ‘우리와 그들’을 주제로 발표한다. 24일 이화여대에서 초청강연회도 이어진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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