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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을, 정신적 성숙으로 가자

입력
2016.10.16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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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가을이다. 지난여름 35도를 오르내리는 혹독한 더위를 견디고 맞이한 이 가을은 모든 것이 풍성하고 마음먹기에 따라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책동네에서 일하고 있는 필자는 가을에 어울리는 사자성어로 등화가친(燈火可親)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서늘한 가을밤에 등불을 가까이하여 글 읽기에 좋다는 뜻인데, 어렴풋이 떠오르는 영상, 먼 옛날 책이 귀하던 시절 가을날 야심한 밤에 정자에서 등잔불을 밝혀가며 책을 읽던 선비의 모습이 좋기만 하다.

책 읽기에 좋은 계절답게 전국에서 책 관련 행사가 연일 풍성하게 이어진다. 책 읽는 군포에서 발전하여 책 나라 군포를 표방하고 있는 ‘2016 책 나라 군포 독서대전’을 비롯하여 ‘2016 대한민국 독서대전(강릉), 와우북 페스티벌, 파주북소리 축제 등 각 지자체 및 공공도서관의 독서행사 등이 9월 말 10월 초에 잇따라 펼쳐지면서 독자들을 책읽기 마당에 불러 모았다

뿐만 아니라 8, 9월 한 달 간격을 두고 연이어 개봉한 ‘덕혜옹주’ ‘터널’ ‘인천상륙작전’ ‘밀정’ 및 ‘고산자, 대동여지도’까지 원작 책을 바탕으로 하는 ‘원 소스 멀티 유즈’ 영화가 흥행을 이어가면서 더불어 원작 읽기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국내영화, 외화 등 주요 영화 중 상당수가 원작을 모티브로 하고 있듯이 이 다섯 편의 영화 또한 이미 발행되어 독자들에게 많이 읽힌 원작을 모티브로 제작되었다. 아직 다섯 편의 영화를 감상치 않은 분들은 이 가을에 영화감상과 함께 원작도 구해 읽어보기를 권한다.

필자가 속한 대한출판문화협회에서 매년 독서운동의 일환으로 개최하는 서울국제도서전이 지난 6월 중순 ‘책으로 소통하며 미래를 디자인하다’라는 캐치프레이즈 하에 10만여 명의 독자가 다녀가면서 성대히 치러졌다. 스마트폰 등 책보다 재미있는 오락 매체가 흔한 시대에, 책을 가까이하고, 좋아하는 작가와 직접 만나 소통하기를 즐기는 독자들 다수가 전시장을 방문하였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다. 전시장에서는 매일 국내 문단을 대표하는 시인, 소설가, 아동작가, 인문학 명사들이 독자들과 만나서 책 이야기를 나누면서 축제의 장을 연출하였다.

당시 도서전 개막을 앞둔 출판계에 들려 온 런던발 소식은 우리 출판계와 문단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하였는데,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인 ‘맨부커상 인터내셔날 부문’을 수상했다는 거였다. 본 상을 공동 수상한 번역자 데버러 스미스가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아 “한국 문학은 보물창고다” “한국이 놀라울 정도로 현대적이고 발전한 선진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일본처럼 좋은 문학이 분명 있을 거로 생각했고 이를 찾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다”라며 우리 문학의 미래가 밝음을 시사해 주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강당에서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개최하는 ‘삼청동 북 콘서트’에 삼청동 주민을 비롯한 많은 독자가 참여하고 있다. 매달 주제와 테마 도서를 바꿔가면서 책 이야기와 함께 음악이 있는 토크쇼로 이루어진다.

최근 전국에 다양한 형태의 서점들이 늘고 있다. 그동안 줄어들기만 하던 서점이 다시 여기저기 생기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아마도 지난번 도서정가제 개정으로 나타나는 바람직한 현상들일 것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우리 삶의 질은 이미 선진국 수준이다. 풍요로움이 지나쳐 사치와 낭비로 번져가고 있을 정도다. 물질의 풍요를 이루었으니 이제는 정신적인 성숙으로 가야 한다. 그것은 바로 책 읽기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 성숙함이 가을을 맞이하여 전국 곳곳에서 보인다. 성숙해져 가는 대한민국이 자랑스럽다. 여세를 몰아 ‘책 읽는 습관’을 길러가자.

고영수 대한출판문화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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