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13일(현지시간) 정상회담을 위해 처음으로 마주 앉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대놓고 각을 세우진 않았지만 통상과 이민정책과 관련해 적잖은 이견이 있음을 확인했다. 두 정상은 우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대한 입장을 놓고 부딪쳤다.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정상회담 직후 백악관에서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캐나다와의 무역 관계는) 멕시코보단 덜 심각한 상황”이라면서도 “수정할 필요가 있다”며 NAFTA 재협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를 하나의 자유무역시장으로 묶는 NAFTA협정이 미국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재협상을 선언했다. 반면 트뤼도 총리는 “양국은 하루 20억달러의 교역을 통해 서로 이익을 얻고 있다”라며 NAFTA가 양국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했다.
이민 정책과 관련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트럼프가 자신이 지난달 서명한 반(反)이민 행정명령을 ‘상식’이라고 표현하며 “문제 있는 이들(wrong people)을 미국에서 추방하는 일을 계속 할 것”이라고 언급한 것과 달리, 트뤼도는 “난민에 대한 문호를 개방하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입장 차를 확인하는 자리였지만 양국 정상은 서로의 다른 시각을 비판하는 대신 공통의 목표를 찾는데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NYT는 “생각 차이에도 불구하고 다정한 톤이었다”고 평가했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대결구도를 기대했던 이들에게는 실망스러운 결과”라고 전했다. 취임 전 상대국을 배려하지 않는 좌충우돌 외교스타일에서 우방을 중시하는 전통적 외교술로 회귀했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한 트럼프 대통령이 NAFTA라는 첨예한 이슈를 놓고도 트뤼도 총리와 비교적 합리적인 대화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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