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의 단수ㆍ우선 추천제도 공감
사실상 ‘현역 물갈이론’에 힘 실어
“TK 표적 상향식 공천제 뒤집어”
비박계, 우려하던 일에 거센 반발
일부선 靑 지침 받았다는 설까지
4일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에 확정된 친박계 이한구 의원이 ‘현역 물갈이’ 방침을 시사해 파문이 일고 있다. 그간 공관위원장 인선은 이 의원을 원하는 친박계의 압박과 김무성 대표의 장고로 난항을 겪었다. 비박계는 “상향식 공천제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의도”라고 반발하며 ‘표적 낙천’의 신호탄으로까지 받아들이고 있다.
이한구, 사실상 ‘현역 컷오프’ 시사
이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3가지 공천 원칙을 제시했다. 현역 의원이라도 저(低)성과자나 비(非)인기자는 공천에서 배제하고, 상향식 공천이 지나치게 현역에게 유리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현역 배제) 기준에 대해 공관위에서 논의한 바는 없으나 방법은 추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의 발언은 경선을 기본으로 하는 상향식 공천 룰이 확정됐지만, 공관위가 별도의 기준을 만들어 현역 물갈이를 시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공관위가 공천 실무 관리 차원을 넘어 적극적으로 공천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은 것이다.
이 의원은 친박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단수ㆍ우선 추천제 확대에도 공감을 표시했다. 그는 “(단수ㆍ우선 추천제를) 적극 활용, 확대하겠다”며 “그것을 안 하면 어떻게 당내 기반이 약한 우수한 사람들을 모셔올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새누리당은 당헌ㆍ당규에서 전략공천을 없앤 대신 여론조사 등에 근거해 특정 후보의 경쟁력이 월등할 경우 등에 한해 단수ㆍ우선 추천지역을 선정할 수 있도록 했다. 친박계에서는 이를 사실상의 전략공천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맞서왔다.
비박계 “상향식 공천 룰 뒤집는 발언”
이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비박계는 들끓었다.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인’으로 낙인 찍은 유승민 의원은 물론 대구ㆍ경북(TK)에 몰린 그의 측근 의원들을 물갈이하려는 조짐 아니냐는 것이다. 비박계의 한 중진 의원은 “당이 공천제도특위까지 만들어 확정한 상향식 공천 룰과 김 대표가 밝힌 ‘무(無) 전략공천ㆍ컷오프’ 방침을 뒤집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유 의원과 측근들의 지역구에는 ‘진박’을 자처하는 예비후보들이 출사표를 던졌으나 고전 중이다. 이 때문에 당내에선 이 의원이 청와대의 ‘TK 물갈이’ 지침을 받았으리란 시나리오까지 돌고 있다.
비박계에선 이 의원의 발언을 최근 진박 예비후보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 최경환 의원의 행보와 연결해 해석하면서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비박계 관계자는 “공관위를 공정한 경선 관리기구가 아닌 과거의 공천심사위로 회귀해 일부 비박계 현역을 낙천시키고 그 자리에 신진 진박을 공천하려는 저의로 보인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이 의원은 대구 수성갑 출신의 4선으로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를 선언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공관위원장에 홍창선(72) 전 카이스트 총장을 임명했다. 홍 위원장은 2004년 17대 총선 때 옛 열린우리당의 비례대표 2번 순번을 받아 국회에 진출했다. 또 국민의당은 당 윤리위원회 위원장 겸 공직후보자격심사위원회 위원장에 전윤철 전 감사원장을 선임했다.
김지은기자 luna@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