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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파르마콘’ 신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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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파르마콘’ 신기술

입력
2018.02.05 16:25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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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이 탄생하면 종종 인류와 문명, 국가나 개인의 운명과 흥망성쇠가 달라지곤 한다. 신기술로 이득을 보는 세력과 적응하지 못해 쇠락하는 세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흔히 인용되는 것이 등자(鐙子)다. 말을 탈 때 쓰는 단순한 발걸이로 600g정도에 불과한 이 등자는 동서양에서 전투 혁명을 일으켰다. 등자가 발을 고정시켜 주면서 양손으로 활과 창 등 무기를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병 전투력은 급격히 향상됐으나, 보병은 약화했다. 등자 때문에 유럽에서 기사 계급이 탄생하고 봉건제가 형성됐다고 한다.

▦ 등자를 가장 잘 활용한 것은 유목민인 몽골인이다. 태어나면서부터 말과 친숙한 몽골인들은 등자를 활용하면서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말의 고삐를 잡지 않고도 사방으로 활을 쏘는 것이 가능해졌다. 칭기즈칸은 이 전투 기술을 이용해 주변 국가를 차례로 정복해 한때 세계 최대의 제국을 건설했다. 문제는 정복하는 곳마다 도시를 약탈하고 불을 지르고 엄청난 인명을 살상했다는 것이다. 석기 청동기 철기 등을 거치면서 기술 발달이 이루어지면 생활도 획기적으로 향상됐지만, 정복 전쟁이라는 역풍이 불었다.

▦ 기술 혁명은 ‘양날의 칼’이라 한다. 다이너마이트는 토목사업에 커다란 도움을 주었지만, 전쟁에서는 대량 살상무기로 변질됐다.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노벨은 ‘죽음의 상인’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 죄책감으로 노벨상이 만들어졌다. 핵물리학의 발전도 결국에는 핵무기를 만들어 냈다. 2008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마스카와 도시히데는 저서 ‘과학자는 전쟁에서 무엇을 했나’에서 “과학을 인간이 어떻게 사용하는가 하는, 과학의 사회적인 역할을 생각할 때 진면목이 나온다. 인류에 복리를 가져올지, 아니면 해를 입힐지 그것은 전적으로 인간이 어떻게 과학기술을 사용할까에 달려 있다”고 했다.

▦ 미국 시애틀에 계산원이 없는 인공지능(AI) 식료품점 ‘아마존 고(Amazon Go)’가 문을 열었지만, ‘일자리 소멸’ 이란 측면에서 우려가 적지 않다. 미국 전역에서 위협받는 일자리만 350만 명분이다. 반대로 AI 기술은 ‘독이자 약’인 파르마콘(pharmakon) 같은 것으로 인간을 고용지옥에서 해방시켜 줄 것이라는 낙관론도 없는 것은 아니다. 올해도 다보스포럼에서 AI 기술 발전을 인류가 어떻게 통제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해고는 곧 살인’이라 했는데, 최저임금 인상 역풍까지 불고 있는 우리나라도 걱정이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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