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박소영 기자

등록 : 2017.10.26 17:44
수정 : 2017.10.26 18:43

‘오늘의 만화’도 여성의 삶 전면에

[사소한소다]<55> ’2017 오늘의 우리만화’ 수상작들

등록 : 2017.10.26 17:44
수정 : 2017.10.26 18:43

여성들이 일상 속에서 겪는 현실의 문제점을 다룬 작품들이 2017년 ‘오늘의 우리만화’ 수상작으로 대거 선정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한국만화가협회와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이 주관하는 ‘오늘의 우리만화’는 20회 이상 연재되거나 출판된 작품 중 5편을 선정하는 대표적인 국내 만화상이다.

지난 24일 발표된 수상작은 단지의 ‘단지’, 수신지의 ‘며느라기’, 돌배의 ‘샌프란시스코 화랑관’, 미역의효능의 ‘아 지갑놓고 나왔다’, team befar ‘캐셔로’ 등 5편이다. 만화가협회는 수상작들에 대해 “각각의 선정작은 높은 젠더 감수성과 대사의 품격,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고민 등을 담아내 동시대 다른 작가들에게도 좋은 모범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단지’와 ‘며느라기’, ‘아 지갑놓고 나왔다’는 여성의 삶을 현실적으로 그려 높은 평가와 함께 독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서찬휘 만화평론가는 “지난해부터 만화업계에도 페미니즘 문제가 뜨거웠는데 남성 독자가 많은 웹툰 회사 가운데 일부는 ‘메갈리아 작가와 함께 일할 수 없다’는 성명을 내는 등 애먼 소리를 했다”며 “시대가 바뀌어가고 있다는 것을 이번 수상작들이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웹툰 '며느라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며느라기’다.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여성 민사린이 주인공인 이만화는 며느리로서 겪는 부조리한 일상들을 담담하게 그려내 여성들 사이에 ‘초현실주의 웹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인물360˚] 며느리이면서 나 자신을 지킬 순 없을까… ‘며느라기’ ☞ https://goo.gl/Yo95Xa )

특이하게도 이 작품은 특정 플랫폼이나 출판사 연재를 거치지 않고 주인공 민사린의 이름으로 개설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계정에 회당 10컷씩 게재됐다. 작가가 이번 수상 전까지 이름을 밝히지 않아 ‘민사린의 실화’라는 추측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작가인 수신지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다 난소암 투병을 계기로 만화를 그렸고, 투병기를 그린 ‘3그램’(2012, 미메시스)과 미대 시절을 반영한 작품 ‘스트리트 페인터’(2016, 미메시스) 등을 출간했다. 만화가협회는 이 작품에 대해 “여성이 평범해 보이는 일상 속에 깔린 가부장제의 폭력성을 인식해가는 과정을 거악에 대한 묘사 없이 서늘하게 그려냈다”며 “특정 플랫폼에 소속되지 않고도 작품의 힘만으로 고정 독자층을 만들어내 SNS 시대의 만화와 소통이라는 화두까지 던졌다”고 평가했다. 서찬휘 만화평론가도 “‘며느라기’의 경우 작가가 반드시 플랫폼을 통할 필요는 없다는 가능성을 보여줘 작가들과 불공정 계약으로 비판을 받은 웹툰 회사들에게 메시지를 던졌다”고 말했다. (‘며느라기’ 보러가기 ☞ https://goo.gl/BZaKYM )

웹툰 '단지'. 레진코믹스 캡쳐

‘단지’와 ‘아 지갑놓고 나왔다’(이하 아지갑)은 여성이 겪는 폭력을 자기 고백과 판타지적 구성으로 풀어낸 작품들이다. 작가가 겪은 가정폭력을 다룬 ‘단지’는 성인 만화가 많은 웹툰 플랫폼 레진코믹스에서 일상툰으로 높은 인기를 누린 작품이다.

주인공이 과거 오빠와 남동생 사이에서 겪은 언어적, 신체적 폭력을 성인이 된 뒤 가족에게 공개하며 ‘그때 이렇게 상처를 받았노라’고 고백하는 형식인 이 작품은 여성 독자뿐 아니라 남성 독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호응을 받았다. 작가인 단지는 언론 인터뷰에서 “가족이 주는 아픔을 말하고 싶었다”며 “그것을 알아보는 독자는 남성인데도 불구하고 감정이입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연재가 끝난 후 작가는 독자들이 보내 온 가정폭력 경험 사례를 모아 번외편들을 만들기도 했다. (가정 폭력 다룬 웹툰 그린 ‘단지’ 작가 인터뷰☞ https://goo.gl/1LiA3c , ‘단지’ 보러가기☞ https://goo.gl/J7QWEM )

웹툰 '아 지갑놓고나왔다'. 다음 웹툰 캡쳐

‘아 지갑놓고 나왔다’는 어린시절 사촌오빠에게 성폭행을 당한 이후 사람의 얼굴이 새처럼 보이는 병을 앓는 미혼모 ‘노선희’와 고교 시절 낳은 딸 ‘노루’가 주인공이다. ([만화로 본 세상]<아 지갑 놓고 나왔다>-사회적 편견과 자책으로부터 내자신 찾기 ☞ https://goo.gl/FMHqnf ) 조경숙 만화평론가는 “이 작품은 주인공이 경험을 바로 볼 수 있는 렌즈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만화”라며 “주인공은 사회적 시선과 편견, 자책 등이 뒤엉켜 만들어낸 얼굴로부터 벗어나 온전한 자신의 얼굴을 되찾아 간다”고 평가했다. (‘아 지갑놓고 나왔다’ 보러가기 ☞ https://goo.gl/SnjcCX )

박소영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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