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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속 한복처럼… 창극은 새롭게 전승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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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트 속 한복처럼… 창극은 새롭게 전승해야죠”

입력
2018.04.23 04:4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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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서양 극예술과 판소리 결합 등

7년째 극단 이끌며 파격 실험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신상순 선임기자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신상순 선임기자

“오늘 제가 입은 옷이 지금까지 창극단에서 예술감독으로서 제가 한 일을 표현한 것 같아요. 서양식 코트를 벗으면 안에 한복이 나오잖아요?”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을 맡은 지 7년째, 인터뷰에서 한복을 입은 건 처음이라며 그는 웃었다. ‘서양식 코트에 한복’ 표현처럼 그의 작업을 정확하게 담아내는 비유는 없을 듯하다. 김성녀(68) 예술감독은 끊임없이 “우리 전통예술을 현대화하는 작업을 해 왔다.” 무대와 의상, 소품 등 겉보기엔 서양 극예술 같지만 그 안에는 판소리가 중심을 잡고 있는 창극을 2012년 예술감독으로 부임한 이후 꾸준히 선보여 왔다. 이미 2015년 한 차례 임기가 연장됐던 그는 지난달 다시 한 번 임기가 연장됐다. 국립극장 극장장이 선임되고 다음 예술감독이 정해질 때까지 그가 국립창극단을 이끈다. 최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그를 만났다.

‘창극’은 판소리와 다르다

창극은 일인극 형태인 판소리가 20세기 들어 서양극과 만나 만들어진 음악극이다. 김 예술감독 부임 후 국립창극단은 ‘파격’의 연속이었다. 전통을 고수하는 이들에게 비판도 들었지만 관객들은 극장으로 몰려왔다. 2012년 한태숙 연극연출가가 연출했던 ‘장화홍련’은 스릴러 창극을 표방했다. 2014년 고선웅 연극연출가의 손에서 재탄생한 ‘변강쇠 점찍고 옹녀’는 프랑스 파리를 대표하는 150년 전통의 테아트르 드 라빌 극장의 2015~2016 시즌 프로그램으로 선정되는 등 호평 받았다.

“판소리와 창극은 다르다”는 김 예술감독의 목소리는 확신으로 차 있었다. “전통과 전승은 달라요. 판소리의 전통은 고수해야 하지만, 창극은 새로운 걸 넣어 (옛 것을) 전승해 나가야죠. 창극을 망친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앞으로 창극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신념이 있었기 때문에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었어요.”

김 예술감독은 그 동안 ‘창’ 위주로 이어 온 창극에 ‘극’을 더했다. 이소영 오페라 연출가, 고선웅 연극연출가를 비롯한 국내외 유명 연출가들을 창극으로 불러 온 이유다. “창극이 알려지고 보고 싶어 하는 장르가 돼야 한다는 게 목표였다”고 그는 말했다. 그 꿈은 달성됐다. 그의 사무실에는 그 동안 공연된 공연 포스터마다 ‘만원사례’라고 쓰인 노랑 봉투가 붙어 있다. 유료 관객 80% 이상에서 객석이 매진 된 경우만 셌는데도 '변강쇠 점찍고 옹녀' 23장, '배비장전' 12장 등 관객들의 호응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창극의 정체성을 더욱 만들어가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 있다. “문화예술은 몇 년 만에 완성을 이룰 수 없어요. 앞으로는 창극의 정체성과 독창성을 정립해가야죠.” 그는 또 다른 창작 창극으로 박경리 작가의 ‘토지’를 무대에 옮겨보고 싶은 꿈이 있다고 했다.

김성녀 예술감독의 사무실에는 그동안 올렸던 공연 포스터마다 '만원사례'라고 쓰인 노란 봉투가 붙어있다. 유료 관객 80% 이상에서 객석이 매진 된 경우만 셌는데도 '변강쇠 점찍고 옹녀' 23장, '배비장전' 12장 등이다. 그의 부임 이후 창극은 관객들이 찾아오는 장르가 됐다. 신상순 선임기자
김성녀 예술감독의 사무실에는 그동안 올렸던 공연 포스터마다 '만원사례'라고 쓰인 노란 봉투가 붙어있다. 유료 관객 80% 이상에서 객석이 매진 된 경우만 셌는데도 '변강쇠 점찍고 옹녀' 23장, '배비장전' 12장 등이다. 그의 부임 이후 창극은 관객들이 찾아오는 장르가 됐다. 신상순 선임기자

그가 창극의 현대화 중 하나로 꼽았던 판소리 5바탕(적벽가, 흥보가, 수궁가, 춘향가, 심청가)의 재해석 작업은 ‘심청가’로 완성된다. 창극 ‘심청가’는 “소리의 본질로 승부를 거는 작품”이라고 김 예술감독은 설명했다. “지금까지 소리를 중시하지 않은 작품은 없어요. 다만 이번엔 무대와 소품을 최소화하고 소리가 튀어나오게 한다는 거죠.”

안숙선 명창이 작창과 도창을 맡았고, 김 예술감독의 남편인 손진책 연극연출가가 연출을 맡았다. 손 연출가는 마당놀이를 이끌어 오며 전통연희의 현대화에 힘써왔다. 김 예술감독은 “누구보다 창극 연출을 잘 할 것이라 믿는다”면서도 손 연출가를 한 번도 창극단 작품에 초빙하지 않았다. “부부가 함께 작품을 하는 건 민망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제 임기가 끝났을 때는 괜찮겠다 해서 초빙했는데 임기가 연장되며 결국 예술감독일 때 같이 하게 됐어요. 어차피 부부가 하는 거라면 창극의 족적을 찍어보는 좋은 작품이 나왔으면 하는 기대를 합니다.(웃음)”

예술감독을 수행하면서도 뮤지컬 ‘아리랑’ 등 배우로도 무대에 섰던 그는 창극 무대에는 서지 않는다. “뮤지컬과 연극에서 소리꾼 연기를 할 수는 있지만 소리를 흉내 내는 정도로 창극에 서면 안 되죠. 소리는 최고여야 합니다.” 그가 최고의 소리로 자부하는 ‘심청가’는 25일부터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된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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