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해 6ㆍ4 지방선거 때 상대 후보인 고승덕 전 의원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벌금 500만원을 선고 받았다. 조 교육감은 대법원에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자리를 잃게 된다. 조 교육감이 임기 중 퇴진할 경우 서울교육 현장의 혼란도 우려된다.
조 교육감은 지난해 선거 당시 한 언론사 기자가 고 후보와 자녀들의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한 트윗을 보고 기자회견을 열어 해명을 요구했다. 고 후보는 여권과 비자를 제시하며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으나 조 교육감은 비슷한 주장을 반복했다. 재판부는 조 교육감이 고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이 있었다고 봤다. 의혹을 사실로 믿을 만한 이유가 없었고 진위 여부 확인에 소홀히 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번 재판은 조 교육감 요청에 따라 국민참여재판 형식으로 진행됐는데 배심원 7명 전원이 유죄 의견을 냈다. 선거 판에 만연한 상대 후보에 대한 지나친 흠집내기를 부정적으로 보는 일반인들의 시각이 반영된 결과다. 검찰이 공소시효 만료 하루 전에 기소해 ‘정치적 기소’라는 주장이 제기됐으나 공정선거의 당위성을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심 유죄 선고로 당장 물러나지는 않지만 조 교육감이 추진한 교육정책은 사실상 동력을 잃게 됐다. 특히 자사고ㆍ특목고 선발권 제한, 혁신학교 확대, 고교 자유학기제 등 일부의 반발을 불러온 정책의 방향이 불투명해졌다.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흔들리게 돼 일선 학교현장에서의 혼란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형 확정 때까지 교육 현장의 혼선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더 우려되는 것은 조 교육감 유죄 판결로 교육감 직선제 폐지론이 다시 불거지는 점이다. 2008년 교육감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서울 직선제 교육감 4명 중 3명이 중도 낙마한 데서 보듯 현행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과도한 선거비용과 과열 경쟁, 금품 제공 등 부작용이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교육감 직선제는 도입 이후 겨우 두 번째 선거를 치렀다. 오랜 임명제를 해오다 폐해가 심해 간선제를 거쳐 여야 합의로 도출된 게 교육감 직선제다. 다른 선출직 선거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정도의 부작용을 빌미로 이제 걸음마 단계인 교육감 직선제를 없애자는 것은 근시안적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시도지사의 러닝메이트 방안이 직선제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지만 정치개입만 심화될 뿐이다. 선거공영제 강화와 불법선거 단속 강화 등 부작용 보완부터 하는 게 교육자치의 취지를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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