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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적 트럼프ㆍ약체 국무장관ㆍ권력투쟁 참모… 혼돈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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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흥적 트럼프ㆍ약체 국무장관ㆍ권력투쟁 참모… 혼돈 부른다

입력
2017.08.2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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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문외한’ 경영자 출신 틸러슨

대북 실무 책임자도 임명 못하고

펜스ㆍ매티스 어깃장에 기 못 펴

美 “北 비핵화만이 협상의 목표”

대북 우선순위 명확히 했지만

트럼프 변덕이 불확실성 부추겨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19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안보회의를 개최한 뒤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과 악수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왼쪽 두번째)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오른쪽 두번째) 국방장관, 마이크 펜스(오른쪽 세번째) 부통령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백악관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19일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안보회의를 개최한 뒤 댄 코츠 국가정보국장과 악수하고 있다. 렉스 틸러슨(왼쪽 두번째) 국무장관과 제임스 매티스(오른쪽 두번째) 국방장관, 마이크 펜스(오른쪽 세번째) 부통령이 이를 지켜보고 있다. 백악관 트위터

“그 어떤 나라도 경험하지 못한 화염과 분노에 직면할 것이다.”(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북한 체제를 보장하고 대화에 나서겠다.”(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막으려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혼선을 거듭하고 있다. 대통령부터 국무장관, 국방장관 등이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가 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시간과 장소에 따라 수시로 말을 바꿀 정도다. 이에 미국의 분명한 대북정책 신호를 잡기 위해 안테나를 꼿꼿이 세운 한국 등 동맹국들은 자칫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혼란에 빠질 상황이다.

워싱턴에서는 이런 난맥상의 배경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불가능성 ▦마땅한 해법이 없는 북핵 문제의 복잡성 ▦취임 7개월이 되도록 권력투쟁이 계속되는 정권의 불확실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역대 최약체 국무장관, 7개월간 각료급 인사가 14명이나 교체될 정도로 치열한 트럼프 정권의 권력투쟁에 주목하고 있다.

워싱턴 관계자는 “미국 외교정책을 책임지는 틸러슨 장관이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게 대북 정책의 혼선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석유메이저 엑손모빌 회장 출신으로 외교 문외한이다. 당초 러시아와의 관계 회복을 모색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북극해 유전개발 과정에서 틸러슨 장관이 구축한 ‘러시아 커넥션’을 활용하기 위해 그를 등용했다. 그러나 ‘러시아 스캔들’ 수사로 트럼프 정권의 대러 접근정책이 좌절되면서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 국무부 예산의 30%를 삭감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무부 내부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기대에 가장 못 미친 장관’(워싱턴포스트), ‘최근 50년의 최악 국무장관’(포린폴리시) 등 언론의 혹평이 쏟아질 정도다. 일각에선 경영자 출신인 틸러슨 장관이 조직의 효율을 극단적으로 중시해 국무부 중간 관리자들을 필요 이상으로 인사조치하면서 조직의 불안정성이 고조되고, 이 과정에서 백악관과의 온도차가 발생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틸러슨 장관이 대북 유화적 발언을 내놓을 때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나서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어깃장을 놓는 일이 반복됐다. 대북 정책 실무 책임자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주한 대사가 임명되지 못하는 현실도 틸러슨 장관의 위상을 보여주고 있다. 틸러슨 장관은 수전 손튼 차관보 대행을 동아태 차관보로 기용하려 했지만 스티브 배넌 등 백악관 참모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주한 대사도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으나 백악관의 최종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백악관 내부의 권력투쟁도 난맥상을 키운 요인이다. 18일(현지시간) 배넌 수석 전략가가 전격 경질되면서 오히려 미국의 대북 정책이 과거보다 선명해진 게 대표적 증거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ㆍ군사분야 수장인 틸러슨(국무), 매티스(국방) 장관은 배넌이 쫓겨나기 하루 직전 열린 미ㆍ일 외무ㆍ국방장관 회담(2+2) 직후 기자설명회에서 논란을 빚어온 대북 정책의 분야별 우선순위를 명확히 했다.

두 장관은 우선 북한과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또 전임 오바마 정권에서 제기하는 ‘핵동결’을 전제로 한 협상을 거부하는 한편,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완전히 포기하는 이른바 ‘비핵화’만이 협상의 목표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을 ‘비핵화’ 대화의 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지금까지 형식에 그쳤던 경제ㆍ외교적 압박을 최대한도로 끌어올리는 한편, 북한이 미국은 물론이고 한국이나 일본을 상대로 군사적 도발을 하면 즉각 군사적 응징에 나설 것이라는 내용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다만 배넌의 축출, 이에 따라 잦아든 권력투쟁으로 미국의 대북 정책 난맥상이 완화될 것이라 단언하기는 어렵다. ‘대북 정책에서 최대한 불확실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해온 당사자가 다름아닌 트럼프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의도적이든 아니든 ‘화염과 분노’ 트위터 발언에서처럼 대북 관련 언급에 있어 여러 번 참모들의 합의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즉흥적인 시그널들을 발산해왔다.

속내를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서 가장 큰 자산이라고 주장한 폭스뉴스 진행자(제스 워터스)의 평가를 인용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메시지.
속내를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에서 가장 큰 자산이라고 주장한 폭스뉴스 진행자(제스 워터스)의 평가를 인용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메시지.

워싱턴 싱크탱크인 카토연구소의 더그 밴도우 연구원은 “잘 조율된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것은 협상을 매우 유리하게 이끄는 방법”이라고 평가했다. 폭스뉴스 진행자인 제스 워터스도 ‘(대북 정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장 큰 강점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불확실성”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한을 외교ㆍ경제적으로 압박하는 과정에서는 물론이고 설령 대북 대화가 시작되더라도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이 수시로 변덕을 부려 대북 위협을 가할 수 있음을 뜻한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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