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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희와 김루트 "김밥으로 때워도 웃음나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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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희와 김루트 "김밥으로 때워도 웃음나와요"

입력
2017.03.09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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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신현희와 김루트는 한 네티즌이 '오빠야' 영상에 맞춰 애교를 선보이는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면서 ‘오빠야’ 발매 2년 만에 음원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김종진 인턴기자
그룹 신현희와 김루트는 한 네티즌이 '오빠야' 영상에 맞춰 애교를 선보이는 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퍼지면서 ‘오빠야’ 발매 2년 만에 음원차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김종진 인턴기자

‘자고 일어났더니 스타가 됐다.’ 인디밴드 신현희와 김루트에게 일어난 일이다. 1월 초 멤버 신현희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개인 계정엔 친구 신청이 1,000건 넘게 쏟아졌다. “음원차트를 확인해보라”는 지인의 말을 듣고 인터넷에 접속을 해보았더니 2015년 발표한 노래 ‘오빠야’가 차트에 진입해 있었다. '오빠야'는 점점 순위가 오르더니 한 달 뒤 1위를 차지했다.

신현희와 김루트는 얼떨떨했다. '오빠야'는 발매 될 때만 해도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노래를 널리 알릴 자본도, 체계적인 마케팅 지원도 없었다. “음원차트에 진입했는지 관심도 없어 들여다보지도 않을 정도”로 상업성과는 거리가 먼 그룹이었다.

3일 오후 서울 세종로 한국일보를 찾은 신현희와 김루트는 아직 때 묻지 않은 느낌이었다. 질문에 대답을 하다 말고 서로 투닥거리는 모습이 친구들을 만난 듯 편하게 느껴졌다. 젊은 뮤지션답게 개성도 강하다. 트레이드마크가 된 모자와 선글라스를 한동안 착용하겠다는 김루트는 본명과 나이를 밝히지 않았다. “알려지지 않은 모습으로 활동하면서 하나씩 (내 모습을)공개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난생처음 출연한 지상파 방송 음악프로그램에서도 두 사람은 시선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텔레비전으로 보는 게 전부가 아니었어요. 특정 가사가 나올 때 어딜 봐야 하는지, 시선 하나하나 동선이 짜여있더라고요. 새삼 무대에서 춤추고 노래도 하는 아이돌 가수들이 존경스러웠어요.”(김루트)

무수히 많은 홍대 앞 버스킹 밴드 중 하나였던 이들이 지상파까지 진출한 유명 가수가 되기까지에는 SNS의 힘이 컸다. 아프리카TV BJ 꽃님이 ‘오빠야’에 맞춰 애교를 선보이는 영상이 SNS에 퍼지면서 그들의 원곡까지 주목을 받게 됐다. “신현희에게 ‘언제 반응이 사그라질지 모르니 흥분하지 말고 차분히 상황을 보자’고 했어요. 물론 그렇게 말하고 저는 신나서 술 한 잔하러 갔지요.”(김루트)

그룹 신현희와 김루트의 신현희는 데뷔곡 '캡송'에 대해 "경험을 녹여낸 곡이다. 실제로 모자를 좋아해 많이 산다"고 말했다. 김종진 인턴기자
그룹 신현희와 김루트의 신현희는 데뷔곡 '캡송'에 대해 "경험을 녹여낸 곡이다. 실제로 모자를 좋아해 많이 산다"고 말했다. 김종진 인턴기자

그렇다고 ‘벼락스타’는 아니다. 2014년 디지털 싱글 앨범 ‘캡송’으로 데뷔한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활동을 이어오며 실력을 다져왔다. 두 사람은 2012년 대구에서 버스킹을 하다 인연을 맺었다.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어머니의 반대에 부딪힌 신현희가 같은 해 겨울 가족들 몰래 짐을 싸 들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이미 자리 잡고 있던 김루트와 재회했다.

급하게 집을 나오느라 돈이 없던 신현희를 위해 김루트는 기타를 팔아 마련한 돈을 “월세 보증금으로 쓰라”며 선뜻 내밀었다. 신현희는 그 돈으로 반지하방을 구했고, 김루트와 팀을 꾸려 공연을 시작했다. “‘뭐라도 이뤄야겠다’는 생각에 힘들어도 대구로 내려가지 않았어요. 요즘은 어머니가 ‘강하게 키우려고 엄하게 대했는데 지금 너를 보면 대견하다’고 말씀해주세요. 예전엔 안 하던 ‘사랑한다’는 말도 많이 하시고요.”(신현희)

여러 라이브 클럽을 돌며 공연 활동을 펼쳤지만 빛을 보지 못했다. 인지도가 낮아 관객 한 명조차 없는 날도 있었다. 그래도 두 사람은 예정된 시간에 신나게 공연을 했다. 신현희는 “우리끼리 무대에서 노는 거야 재미있었는데 클럽 사장에게는 참 미안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래서일까. 이들은 바빠서 잠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는 지금이 행복하다. 신현희는 “그동안 힘들어도 진득하게 활동했더니 올해 1월부터 좋은 일이 생겼다”며 “늘 이런 생활을 꿈꿔왔다. 매일 김밥으로 끼니를 때워도 웃음이 난다”고 말했다.

이제 단 한 곡이 히트했다. 차기작이 부담스러울 만도 한데 두 사람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신현희는 “주변 사람들은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한다’고 빨리 비슷한 분위기의 차기작을 발표하라고 한다”며 “하지만 억지로 쓰는 곡은 듣는 사람도 불편하기에 (곡이)생각나는 대로 쓰겠다”고 밝혔다. 신현희는 “(‘오빠야’도)카페에서 기타 줄 튕기고 놀다가 10분 만에 나온 곡”이라고 덧붙였다.

어떤 가수가 되고 싶은지 묻자 내내 짓궂은 답변을 내놓던 김루트가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는 최근 지인에게 들었던 칭찬을 언급했다. “얼마 전 누군가가 우리를 보고 ‘가수의 본질을 보여주는 그룹’이라고 말하더군요. 힘을 빼고 하고 싶은 대로 음악을 한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앞으로도 재미있게 부담 없이 활동하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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