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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형물류업체 매출 가로채기 갑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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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형물류업체 매출 가로채기 갑질

입력
2014.10.2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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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에서 직접 따온 매출 위탁 거래 형식으로 조작 다반사"

CJ대한통운 불공정 거래 폭로, CJ "협력업체 손해 막으려는 것"

2012년 6월 CJ그룹 감사실에 한 통의 편지가 날아왔다. 수도권 소재 CJ대한통운 영업소 간부가 협력업체로부터 향응을 받고 가공매출을 통해 매출을 부풀리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A씨는 편지에서 “(CJ대한통운이 협력업체와) 공공연한 비밀인 가짜 매출을 주고 받는다”며 그룹 차원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CJ대한통운이 매출을 늘리기 위해 협력업체 매출을 가로채거나 허위매출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A씨는 자신이 고급 음식점과 유흥업소에서 CJ대한통운 간부를 직접 접대한 사실이 있다며 카드전표와 영수증까지 첨부해 보내기도 했다.

편지에서 언급한 가짜 매출 관련 지적이 사실이라면 CJ대한통운의 협력업체들은 적지 않은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해 CJ대한통운 영업소에서 3년 동안 근무하며 협력업체를 관리해왔던 조영호 차장은 22일 “대형 물류업체의 매출 부풀리기와 이로 인한 협력업체의 피해가 매우 심각하다”고 폭로했다.

대형 물류업체들의 매출 부풀리기는 본사가 제시한 실적 목표치를 채우기 위해 영업소가 협력업체의 매출 일부를 영업소 매출로 탈바꿈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조 차장과 협력업체 관계자 등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의 협력업체로 등록된 회사들은 CJ 측에서 일감을 받기도 하지만, 화주로부터 독자적으로 주문을 받기도 한다. 화주로부터 직접 따온 일감은 당연히 협력업체 매출로 잡혀야 하지만 CJ 측이 매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협력업체에서 따온 일감을 CJ 매출로 잡자고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조 차장은 “화주가 CJ와 직접 거래를 한 것처럼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CJ가 협력업체에 일감을 위탁하는 것처럼 꾸미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J대한통운의 협력업체로 일했던 B씨도 “음으로 양으로 매출 부풀리기를 도와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도와주지 않으면 협력업체에서 배제되거나 일감을 적게 배당 받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받는다”고 전했다.

아예 발생하지도 않은 가공매출을 만들어 오라는 요구도 있다고 한다. 앞서 편지를 보낸 A씨도 친분 있는 화주에게 부탁해 CJ가 1,200만원 매출을 올린 것처럼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대형 물류업체가 협력업체의 매출뿐 아니라 이득까지 챙기면서 종속적 관계가 고착화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CJ대한통운의 경우도 협력업체가 따온 일감만 넘겨 받는 게 아니라 매출금액의 3~5%를 수수료 명목으로 떼고 나머지 금액을 협력업체에 위탁 형식으로 넘기고 있다고 조 차장은 밝혔다. 협력업체 관계자는 “CJ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매출도 올리고 이에 따라 수수료 등의 이득도 얻지만, 그 때문에 협력업체는 화주와 직접 거래했을 때보다 훨씬 적은 마진을 남기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물류업계 종사자들은 이처럼 불공정한 매출 부풀리기 관행이 대형업체 전반에 퍼져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올해 4월 검찰은 있지도 않은 거래를 꾸며 100억원에 가까운 가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이 과정에서 수수료까지 챙긴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허위세금계산서 교부 등)로 현대글로비스 법인과 간부를 재판에 넘겼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협력업체가 수주한 주문을 대한통운 명의로 처리하는 것은 영세기업이 밀집된 일부 지역에서 이뤄지는 관행”이라며 “이는 매출 부풀리기 목적이 아니라 영세한 화주가 운송료를 내지 못해 협력 운송업체 손해를 입는 위험성을 대기업인 CJ가 떠안아 영세업체를 보호하는 측면이 강하고, 영세업체가 이런 거래를 더 선호한다”고 해명했다. 또 “이 과정에서 별도의 수수료는 전혀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CJ그룹은 또 조 차장을 무고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방침이라고 밝혀, 매출 부풀리기 및 향응접대 여부는 검찰 수사로 가려질 전망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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